통증아 고마워 36화

괜찮은 걸까?

by 미소천사맘

서울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문병을 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고, 손에는 과일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몸은 좀 괜찮아?”
“많이 아프다고 들었어.”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웃었다. “괜찮아.” 정말 괜찮은지 스스로에게 묻기보다,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괜찮은 척했다.

친구들과 일상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병실은 떠들썩해졌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환자가 아닌 척하고 싶었다. 아프지 않은 사람, 걱정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게 친구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게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면회 시간이 끝나고 친구들이 돌아간 뒤,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침대 옆에 놓인 과일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과일들은 정성스럽게 씻어 담아 온 친구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앞에 서자 더 이상 웃음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제야 숨을 참고 있던 것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괜찮다고 말했던 순간들, 웃으며 넘겼던 질문들, 모두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처음부터 괜찮지 않았다. 다만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지 못한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울고 나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솔직해졌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괜찮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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