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아 고마워 38화

병원비

by 미소천사맘

아침부터 병실 입구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평소에는 의료진의 발걸음과 기계음만 흐르던 공간에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이유는 내 옆에 입원한 아이의 치료비 수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원무과 직원은 이대로라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아이의 엄마에게 말했다.

“미수금이 누적되어 더 이상 치료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오늘만이라도 부탁드립니다. 내일까지는 꼭 마련해 오겠습니다.”
“규정상 예외를 두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규정이라는 말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돈을 내지 못하면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과 그 무게는 고스란히 보호자의 몫으로 남았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오랜 기간 입원하며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던 비용도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병은 환자의 몸에만 머무르지 않고 가족의 일상마저 한 순간에 무너뜨린다는 걸 드라마 속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선택한 병원이, 어느 순간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현실 앞에서 보호자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보험 하나 들어두지 않았다면, 나 역시 저 자리에 서 있지 않았을까.

아픈 사람을 살리기 위해 빚을 지어야 하는 상황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침밥을 먹는데 자꾸만 목이 메었다.

투병 생활이 길어질수록 환자도 가족도 점점 지쳐간다. 처음의 연민과 사랑은 책임과 부담으로 변하고, 병원비와 간병 문제는 다툼의 씨앗이 된다. 병은 어느새 가족 간의 거리를 벌리는 원인이 되고, 서로에게 가장 아픈 말을 남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힘겨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병원비를 이유로 치료를 멈춰야 하는 일이 당연한 사회여야만 할까. 개인의 준비 부족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돌리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사회는 아픔을 어떻게 책임지고 있는지, 우리는 어디까지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답을 찾고 싶었다. 아픔이 곧 가난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 치료가 절망이 되지 않는 사회는 가능하지 않은 것일까. 아직도 그답을 찾지 못했지만 나는 믿는다.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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