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못한 이유
12월의 새벽 6시였다.
병원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던 길,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비행기에 올랐을 때까지만 해도 눈은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록 비행기는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무원들은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작은 캔디를 나눠주었다. 그 달콤함이 상황을 달래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기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눈이 많이 내려, 그치는 대로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비행기 안의 공기는 점점 답답해졌다.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를 내는 승객도 있었다.
나또한 서울에 가야 했다.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지금 출발해야 하는데, 그 단순한 사실 하나가 내 마음을 점점 조급하게 만들었다. 결국 한 시간이 넘도록 폭설은 그칠 줄 몰랐고, 공항은 폐쇄되었다.
비행기는 끝내 이륙하지 못한 채, 우리는 다시 내려야 했다.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은 이미 눈으로 가득 덮여 있었다.
택시는 보이지 않았고, 몸은 점점 지치고 아파왔다.
눈 때문에 집에 가는 버스마저 30분이나 기다린 끝에 탈 수 있었다.
서울의 병원에 가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
이유도 없이 내리는 눈이 괜히, 하염없이 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