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심정지 환자 발생.” 출동 벨이 울렸다.
팀장님께서 물어보셨다. “한라산 등반해야 하는데 갈 수 있겠어? ”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네.”라고 대답하고 구급차에 옮겨 탔다. 한라산에 환자가 발생하면 한라산 등반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평소 체력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자 소방관도 한라산 환자가 발생할 때만큼은 혀를 내 두른다. 이유는 무거운 들것과 구급 장비를 들고 올라가야 하고 내려올 때는 환자와 들것, 구급 장비들을 모두 들고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산악 구급 출동은 힘도 두 배 이상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구급 출동이다. 60대 노인이 한라산 성판악을 오르다가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고 한다. 구급 차량 뒷좌석에서 장비를 챙기고 등반 준비를 하며 현장으로 갔다. 한라산에 구조대원이 상황을 전파해 주었다.
“한라산 구조대 심폐소생술 중.”
“구급대 도착 3분 전입니다.”
“구급대 현장 도착."
장비를 챙기고 성판악 입구에서 5분 남짓 오르니 저 멀리서 구조대원들이 보였다. 구조대원들은 환자를 들것에 들고 내려오고 있었다. 환자를 평평한 바닥에 눕히고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여전히 심정지 상태였다. 자동제세동기를 켜고 심전도 리듬을 확인했다. 제세동기에 반응하지 않는 무수축 리듬이었기에 가슴압박을 하고 난 뒤 구급차로 이송했다. 구급차에서도 심폐소생술은 쉼 없이 이루어졌다. 성판악에서 구부러진 길을 지나갈 때마다 내 마음도 오르락내리락했다. 멈춰버린 심장 앞에서 ‘제발, 돌아와 주세요.’라고 기도를 한다. 환자의 입에 꽂힌 기도 삽관 튜브에서 불안한 호흡이 흘러나왔다.
“잠깐만 차를 세워주세요. 환자 평가 후 심전도 분석할게요!”
“심실세동이네요. 환자에게서 물러나 주세요.”
제세동기 신호에 나와 구급대원 반장님은 손을 떼며 안전을 확인했다.
“쇼크.”
반짝이는 버튼을 누르며 200줄의 전류가 환자의 몸을 관통했다.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심전도 리듬에서 일직선으로 그렸다.
“차량 출발해 주시고 다시 압박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서른.”
쉴 틈 없이 가슴압박이 시작된다. 이마의 땀이 흐르고 머리가 땀에 흠뻑 젖었고 깍지 낀 손은 이미 감각이 없어지는지 오래다. 병원 도착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본다.
환자를 병원에 인계하며 한 생명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응급실을 떠날 수가 없었다.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응급실에서도 의료진들도 가슴압박을 하며 약물을 투여하고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심장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하얀 시트를 덮고 의사가 사망선고를 했다. 내 눈앞에는 차갑게 식어버린 심장과 그의 창백한 얼굴을 마주할 때면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나는 꺼져가는 생명 들 앞에서 절망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절망 속에서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소방관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들을 살릴 용기와 힘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