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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천사맘 Apr 19. 2023

함께 노력해요

하루에 구급 출동이 많은 날은 20건 이상 출동한다. 종합병원이 서울에 비해 많지는 않다.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이 한정되어 있어 출동이 많은 날은 같은 병원을 여러 번 갈 수밖에 없었다. 출동 후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방법은 병원과 현장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선택해서 갈 수 있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해서 그 병원에 가야 하는 때도 있다.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병원을 선택할 수 없는 응급상황에서는 구급대원이 병원을 선택하여 갈 수 있다.


병원에 비응급 환자를 이송하고 인계할 때마다 의료진들은 응급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 왜 우리 병원에 데리고 왔어요? 침대 없는데요.” 매번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도 그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구급대원 사이에서는 그 병원에 갈 때마다 인계도 안 하고 못 들은 척하고 대기시간이 길다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원해서 그 병원에 이송하는 것도 아닌데 싫은 티 팍팍 내는 의료진을 만나는 것은 힘들다. 이해는 간다. 우리가 올 때마다 여러 환자를 만나고 그들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하고 힘든 것도 안다. 하지만 20분이 넘도록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대책 없이 기다릴 수는 없다. 환자를 인계하고 다음 출동을 준비해야 하는데 말이다. 나는 의료진에게 잘 들리도록 큰소리로 “000 환자입니다. 어디로 옮기면 될까요?”라고 묻는다. 다른 환자를 돌보고 있던 간호사가 와서 침대가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만 남기고 가버리는 게 아닌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만 환자가 옆에 있기에 참아야 했다. 우리는 응급실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기다려야 했고 응급실 내부를 살폈다. 남아있는 침대가 2개나 보였다. “저기 비었네요. 환자 옮겨도 될까요?”


간호사는 의사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눈치 보던 간호사가 “여기요.”라는 말을 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환자를 베드로 옮기고 병원을 나왔다. 환자를 응급실 앞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한 상황에 대해 상황실에 보고하였다. 돌아오는 답변은 병원에 침대가 없으니 이해해 달라는 말뿐이었다.​




비응급 환자를 이송거부를 할 수 있지만 왜 병원으로 이송 안 하냐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하면 응급실로 구급대원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은 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다. 구급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응급실도 응급한 환자가 이용하는 게 맞다. 하지만 현실은 비응급 환자도 응급실로 가야 하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나서서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고 소방관과 의료진도 시민들에게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이용하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서로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시스템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우리 서로 화내지 말아요. 응급실에 많은 환자를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함께 노력하고 고쳐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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