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 첫 번째 퀘스트 :
현타에 정면으로 맞서기

by 호영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현타’부터이다.


아직은 레벨 1단계의 나.

이미 내 친구의 레벨은 내가 따라잡을 수도 없고, 다들 화려한 무기에 화려한 보호장구를 차고 있다.

아이템이 여러 가지라 몬스터를 잡기에도 쉽고, 에너지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옆의 나는 초라한 지푸라기 옷을 입고,

몬스터를 잡다가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무칼을 들고 있다.

스킬도 그냥 때려잡는 것이 전부이다.

이대로 마을 밖으로 나가게 되면 몬스터 한 마리에게 에너지가 엄청나게 깎이거나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방구석에 숨어있고, 회피하고 나를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숨기고 다닌다.

안전하고 단조로운 초보자 마을만 돌아다니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한다.

땅에 떨어진 간단한 아이템을 줍고, 따 먹기 쉬운 나무의 열매를 따먹는다.


그러고 나서는 이 게임 재미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이 사는 저 언덕 위 마을은 어떨까? 궁금하기는 하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며 대리 만족한다.

친구에게 답변을 듣고 나면 항상 마을 안에 있는

나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게임을 꺼버린다.


‘현타’가 온 것이다.

특별히 잘하는 것 없는 애매한 재능들.

발바닥이 불나도록 바쁜 일상이지만 계속해서 차가운 통장 잔고.

차가운 통장 잔고에 의해서 식어버린 나의 삶에 대한 열정.

변화 없는 일상.

기댈 곳 없는 마음과 그런 나에게 기대기만 하는 사람들.

그로 인해 생긴 열등감.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현타’이다.


현타는 사실 ‘히든 키’를 작동시키는 트리거이다.

이 트리거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

나는 지금껏 ‘현타’가 오면 내가 가치 없다 느껴지고,

따라오는 열등감이라는 답답함이 싫어서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마주하게 되면

무력감이나 우울감에 시달렸다.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것이 트리거의 패턴을 바꾸는 방법이다.


‘나는 이 상황이 오면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방아쇠가 당겨질 때마다 내가 아닌 열등감이 만들어 낸 불편한 감정에서 끝내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레벨로 가기 위해서 나는 현재 어떤 스킬을 쌓아야 하는지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몬스터 잡는 것에 일단 집중한다.

인생의 게임에서 몬스터는 현태가 만들어 낸 감정과 분리가 된 현재 벌어진 상황이다.


지금의 저 레벨을 고레벨로 올리기 위해서는

일단 지푸라기 옷을 입고 곧 부러질 것 같은 나무칼을 들고 마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른 캐릭터와 비교를 하면 안 된다.

한 눈 팔다가 몬스터에게 한방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몬스터를 잡아야 경험치가 쌓여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몬스터 잡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경험치가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지금 나의 ‘현타’가 주고 있는 민 낯을 마주하는 고통이

나의 현재 단계의 첫 번째 퀘스트이며 이것을 견뎌낼 때,

다음 레벨에 도달할 퀘스트를 수락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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