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마을 밖을 나가 초보자 숲으로 한 발 한 발 나가본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경력단절이 되어서
10년이 넘게 전업 주부였던 나에게 처음으로 나간 마을 밖은 잘 닦여진 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자갈밭이었다.
지금 내가 신고 있는 건 나무신이다.
‘네가 그 나이에 할 수 있겠니?’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네가 어떻게 해낼래?’
‘그냥 퇴직금 있는 공장에 들어가서 편하게 일해.’
같은 자갈들이 밟힐 때면,
비틀비틀거리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조심조심 다시 한 발씩 디딘다.
그렇게 가다가 몬스터를 만난다.
지금 내가 만난 몬스터는 ‘아이들의 겨울방학.’이다.
나에게는 천정부모님과 시부모님 찬스라는 스킬이 처음부터 없었다.
그냥 열심히 나무칼 휘두르며 새벽에 일어나 일을 준비하고,
일을 할 때에는 아이들을 각자 방에 넣어놓고 못 나오게 한다.
이때 ‘미안함’으로 에너지가 크게 깎인다.
아직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죄책감을 안고 일을 하고 나서도 아이템도 크게 받지 못한다.
그것보다 문제는 지금 나의 에너지의 상태이다.
나의 에너지는 기본 상태이다.
여기서 몬스터를 한 마리 더 만나 두 마리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면 분명히 쓰러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레벨의 나의 퀘스트는 현재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음 레벨이 될 때까지 보존하는 것이다.
내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1. 사람 만나는 횟수를 줄이기로 한다.
2. 원가족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버리기로 한다.
3.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거기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4. 나에게 필요 없는 핸드폰 영상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5.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특히, 나는 어릴 때부터 원가족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에
에너지를 80프로 정도를 소모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에너지가 없어져서
시작도 못하게 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선 안된다.
내가 진짜 지켜야 할 것들을 잃게 된다.
그래서 이제 이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버리기로 한다.
그러자 죄책감으로 인해 에너지 상태가 심각하게 줄어들었었다.
이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 없는 에너지 충전으로 다시 에너지를 채워 넣었다.
그렇게 한숨 돌리며 에너지를 채워 낸 다음,
다시 지켜보니 이제 일상에서 나의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었다.
그 힘으로 나는 더 많은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다.
감정 쓰레기통 역할이 어마어마하게 에너지를 소진시켰었나 보다.
이제 가장 큰 에너지 소모 원인을 제거하였으니,
그만큼 독하게 다음 레벨을 향해 열심히 몬스터를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