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왔다.
언제 부턴가 난 명절 음식을 만들지 않게 되면서 엄마가 해주신
설명날 음식들이 그립고 생각날 때가 있다.
고향이 이북 이신 우리 엄마의 설명절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만두와 빈대떡 이었다.
예전엔
지금처럼 만두피를 팔던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커다란 양푼에 밀가루를
채에 내린후 고운 가루는 물과 함께 엄마의 손마디에 힘이 들어가며 완성 되던
커다란 반죽 덩어리.
반죽을 조금씩 떼어 길게 빚은 후 칼로 어슷 어슷 소의 한개 크기로 자른 후
밀대로 동그랗게 미는 방식인데 숙달 되면 쉽고 빨리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 만두피 는 지금의 기계 속에서 나온 얇은 만두피 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쫀득 하고 식감이 좋았다. 그 기억 탓에
나는 오래도록 만두피를 사지 않고 숙달된 손놀림 으로 직접 만두피를 만들곤 했다.
만두소에는 씻어 꼭 짠 김치 와 두부, 소고기 돼지고기 간것 반반 숙주, 파, 마늘,로 버무려지고
그 만두를 일일이 우리 손으로 빚으며 이쁘게 빚어야
나중에 이쁜 딸을 낳는다는 근거 없는 속설을 믿으며 경쟁하듯 예쁘게 빚으려 했던
우리집 자매들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빚은 만두는 소고기 양지 로 푹 우린 육수로 만두국은 완성 되었고
그 국물의 시원함과 만두의 쫄깃 하면서도 깊은 맛은 여전히 기억 속에서
내 입맛을 자극하곤 한다.
언젠가 인사동 만두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 친구들과 간적이 있었는데
내 입맛 에는 우리 엄마가 만든 만두국 맛을 능가 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만두를 먹기 위해 긴 줄을 서있는 것을 보며 엄마가 만두가게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가기도 했다.
엄마의 손맛 두번째 음식은 빈대떡
지금처럼 믹서기가 없던 시절엔 물에 불린 노란 녹두를 한 국자씩 넣어 맷돌을 돌리면
맷돌 구멍으로 흘러 나오는 뽀얀 녹두 반죽의 걸쭉함은 믹서기에 간것과 분명
다른 맛을 내곤 했지만 맷돌을 돌리는 그 노동력 또한 만만치 않았고 그 힘든 일들은
대부분 엄마와 언니들의 몫이었다.
간 녹두에 김치 썰어 꼭 짠것, 숙주나물, 돼지고기 간것, 대파, 가 전부 였는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구워지는 빈대떡 은 냄새에서 부터 풍미가 달랐고
어느 곳 에서도 맛볼 수 없는 고소함과 깊은 맛이 배여 있었다.
엄마가 아주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에도 손주들은 할머니의 빈대떡 맛 은최고 라며
엄지척을 날렸고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 맛을 회자 하곤 한다.
맛을 내기 위해서 이것저것 많은 재료를 넣는다고 음식이 맛있어지는 것이 아니고
간단히 그 재료의 깊은 맛을 살리는 것이 엄마 요리의 철학 이었고 손맛이 좋았던
탓도 한몫 했으리라 생각된다.
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잘 해먹지 않는 소의 간, 허파, 전을 비롯해 동그랑땡, 동태전
도 명절 음식에 빠질수 없는 메뉴였다.
이렇듯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행복하게 해주던 엄마는 어느새 99세 가 되셨고
요양원에서 아픈곳 없이 거동만 조금 불편한 상태로 명절이 왔는지도 인지도
못하신채 지내고 계신다.
엄마의 손맛이 배어있는 그 시절의 음식은 세상 그 어떤 산해진미 보다 깊은 울림이 있다.
오로지 몸으로 부딪혀 만들어 내던 그 정성이 우리 기억속에 잊을수 없는 최고의 맛으로
맷돌을 돌리며 반죽을 치대고 만두를 빚으며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사랑이
한데 버무려졌기에 그 맛이 최고 일수 밖에 없었으리라.
어릴적에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당연했고 그 정성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명절을 맞으니 엄마가 해주던 만두와 빈대떡 그 맛이 유난히 생각나고 그립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는데..
그 맛은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 따뜻하게 살아 있다.
엄마의 온기처럼..
돌아보면 명절의 주인공은
늘 엄마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