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자씨
서울에서도
이렇게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다니.
평창동은 숲 한가운데에 들어온 기분이다.
정말이지 오랜 길을 지나왔다.
그녀를 만나러.
추석 때 가겠다 약속하고 주지 못한
선물이 아직까지도 집에 남아있어,
숙제를 못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는데..
드디어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조금은 찝찝한 후련함이 든다.
잊고 지내던 살구꽃 동요를
예쁘게 부르는
할머니들 사이로
휠체어에 앉은 희자씨가 보인다.
나를 보더니 눈이 커지며
순간 환하게 웃는다.
나는 그에 맞게 더 환하게 웃어 보인다.
“할머니! 잘 지냈어? “
저번 병원에서 보았을 적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였는데,
지금은 한층 밝아진 안색이다.
마음이 놓인다.
그녀를 위해 잔뜩 사 온
간식들과, 보라색 꽃다발과, 꽃병과,
디지털 액자를 하나하나 자랑스레 눈앞에 펼쳐 보인다.
하지만 자꾸 할머니는
나를 빨리 보내려고 한다.
병원에는 오래 있는 게 아니라며.
병원에 꽃을 들고 오는 게 아니라며.
“허락받고 가져온 거야!”라고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전에는 꽃을 사 오라고 사 오라고 하던
할머니였는데..
하얀 머리 지긋한 분들 사이로
검은 긴 머리가 들어온다.
주변은 모두 시선 집중이다.
젊은 사람이 들어왔다는
신기함과 궁금증이 순간
나에게로 쏠린다.
“저게 디지털 액자래요, 자동으로 사진이 넘어간대요.”
“자식들이 여기 다 나오네.”
디지털 액자를 신기해하는 할머니들 사이에서
어느새 희자씨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한 할머니가 손짓하며 나를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
귀를 갖다 대어 보라고 하신다.
“아가씨 너무 예뻐요.” 말하며
손가락으로 쉿- 하신다.
나는 양손 엄지를 척 들고
“할머니도 엄청 예뻐요. “라고
조그맣게 말한다.
우리 할머니를 돌보아 주시는 분들께
한 분 한 분 모두 인사를 드리고,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돌아서는 길
빙 둘러앉은 할머니들에게
손녀가 선생님이라고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희자씨가 있다.
그녀는 스타다.
적어도 다른 자식들이 오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