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뜨는 보름달에

아이들보다 어려지기

by 보리

추석 내내 비가 왔다.

덕분에 긴 휴가를 보내는 마음도

어쩐지 차분하니 축 처지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학교를 떠나 긴 시간 밖에 있게 되었다.

어디 가고 싶어?

묻는 말에,


문득 바다를 떠올렸다.

잔잔한 바다 말고 파도가 가득 치는 그런 바다 말이다.


다소 즉흥적인 생각이었지만

차를 몰고 강릉으로 향했다.


철썩철썩 파도치는 소리.

마음이 모두 씻겨나가는 소리.


멍하니 응시하며 한참을 서있는다.

바닷바람이 차가운 것도 잊고.


학교 밖에 나가면 나는 좀 더

어린아이처럼 군다.

그러고 싶어진다.


어떤 이는 그 광경을 보고 철없다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가 바라던 바다.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의 또 다른 자아를 보이는 것은

나에 대한 선물 또는 보상처럼 느껴지곤 한다.


바다 위에 보름달이 떠오른다.

이렇게 보름달이 컸던가.

십몇년전쯤 슈퍼문으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도

저렇게 크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때다 싶어 소원을 빌어본다.

하루만 뜬 추석 보름달에 모든 염원을 담아서.


그렇지만 너무 간절하면 이뤄지지 않기에

안 이뤄져도 정말이지 괜찮다고 되뇌다가,

또 그래도 이뤄달라고 달님에게 투정 부리다가,

내가 뭐 하는 거지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도 인간은 엉뚱한 생각도 많이 하는 거니까.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방황할 수도 있는 거니까.

괜찮아.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

한낱 인간으로서

철없이 빌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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