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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Feb 28. 2022

리테일 산업과 프로야구 비즈니스의 미래 (1)

그라운드 위의 싱그러운 녹색 잔디가 햇살을 가득 머금은 채 빛나는 어느 봄 날의 야구장을 떠올려 보자. 푸른 하늘 아래 힘차게 나부끼는 깃발,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구단을 상징하는 응원도구를 손에 쥔 채 객석마다 빼곡히 자리한 구름 관중, 그들 앞에 먹음직스레 놓인 시원한 생맥주 한 캔과 향긋한 먹거리들, 응원단장의 힘찬 구령과 함께 단상을 화려하게 수 놓는 치어리더들의 생기발랄한 율동, 흩날리는 고수(鼓手)의 땀방울을 타고 장내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 ‘따악’하는 경쾌한 배트의 파열음과 함께 일순간 창공 속으로 점이 되어 사라져 가는 야구공, 마른 침을 삼키며 타구의 궤적을 쫓다 그 공이 외야 스탠드에 꽂히는 걸 확인한 뒤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동시에 솟구치는 듯한 기분 좋은 흥분을 느끼며 일면식도 없던 내 옆자리의 타인과 어깨동무를 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만끽하게 되는 진한 동지애, 승리의 응원가를 흥얼거리며 귀갓길에 들른 숍에 가득 진열되어 있는 구단의 로고와 심볼이 새겨진 다양한 상품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마치 나의 자부심의 표상인 듯 느껴지는 기묘한 감정. 

도심의 요지에 자리한 탁 트인 공간에 감정적으로 동화(同化)된 2만 명 이상의 인파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 채 연신 흥에 겨운 환호성을 내지르며 3~4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그것도 1년 중 무려 72일 동안이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터(市場, marke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야구는 이렇듯 일상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놀라운 경험들을 장시간에 걸쳐 입체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여타의 경쟁 콘텐츠들은 쉽게 흉내조차 내기 힘든 최고의 경험과 동질감을 고객들에게 선사한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야구장을 찾게 되고 관련 비즈니스 또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입장권(Ticket) 판매에서부터 시작하여 매점(Concession stand), 상품(Merchandising)(이상 B2C)을 거쳐 장내 이벤트, 광고 및 프로모션, 그리고 방송중계권 판매(이상 B2B)에 이르기까지 프로야구단이 자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비즈니스들은 그 구성만 놓고 봤을 때 일반적인 리테일 기업들이 영위하는 그것에 못지않을 만큼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어디 그 뿐이랴. 규모는 작을지 언정 오히려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왜냐면 프로야구 비즈니스 전개에 있어 그 중심에 놓여있는 현장 경기는 연 중 72일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에만 개최되는데, 이 기간 중에 B2C에서 B2B로 이어지는 주요 비즈니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게 되고 매출 또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비즈니스 구조 및 흐름도 (B2C→B2B)



따라서 구단은 목표로 하는 수익(Profit) 확보를 위해 이러한 비즈니스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설계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에 고객 만족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브랜드에 대한 강한 로열티를 지닌 수만 명(온라인까지 포함하면 십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발적 의지로 매일 매일 끊임없이 모여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프로야구단은 일종의 플랫폼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날마다의 업계 동향을 다루는 수십 종의 전문 매체가 존재하고 각종 온, 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팬들 상호간의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며 경기가 열리는 날엔 운동장 안팎으로 뜨거운 에너지가 마치 용광로의 쇳물처럼 흘러 넘치는 프로야구의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매 순간 순간이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다. 콘텐츠에 대한 고객의 몰입 정도가 타 경쟁 산업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높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 바로 B2C에서 B2B로 이어지는 프로야구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비즈니스 간 흐름이 매우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 축이 무너지면 나머지 축들 또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 프로야구 비즈니스 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따라서 구단은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활약하며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극적으로 제고하고 예기치 않은 손괴를 막아낼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든든한 후진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프로야구 비즈니스를 영속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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