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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Mar 01. 2022

리테일 산업과 프로야구 비즈니스의 미래 (2)

-완결편

오늘날 대부분의 국내 프로야구단들은 한정된 자원과 인력, 비즈니스 관련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선수단 운영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대행사에 위임하고 있다. 특히 모기업의 홍보 수단이나 사회 공헌 수단임을 자처하는 구단들은 자생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소극적이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의 첫 출발점이자 고객과 만나는 최초의 접점이기도 한 입장권 판매에 능동적으로 임할 수 없다. 아니, 이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발권 시스템 또한 외주 대행사의 것을 활용하다 보니 빅데이터 중심의 시대임에도 고객 관련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매점과 상품 매장의 운영 또한 마찬가지이다. 신제품을 기획하는 것도, 이를 판매하는 것도 모두 대행사의 몫이다. 
 
야구 붐이 크게 일어나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만원 관중이 들어찬다면, 그리하여 매점과 상품 매장 또한 성황리에 운영된다면 크게 문제될 일이 없을 터이나 타 콘텐츠와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고객의 시간 점유율 다툼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비자의 과제(pain)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비즈니스의 운영 주체가 영속을 기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수많은 기업들은 온, 오프라인에 걸쳐 고객의 행동 및 구매데이터 등을 수집, 분석하여 이들의 필요(needs)와 요구(wants)를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과제(pain)를 풀어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듯 엄중한 상황 속에서 만약 리테일 전문 기업 집단이 솔선하여 프로야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면 그 형태는 어떠할까.


체계적으로 운용되는 전사 및 자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시간과 요일, 대상 그리고 접근 경로(온, 오프라인 채널) 등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동되는 최적의 요금제를 고객들에게 선보임으로써 야구장 진입 문턱을 확연히 낮추고 좌석 점유율을 끌어 올린다. 
통합 멤버십 기반으로 운용되는 장내의 특색 있는 매장에는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고객의 취향을 반영하여 기획한 특색 있는 먹거리와 기념품 등이 가득 자리하고 있으며 경기 시작 전부터 이를 찾는 관객들이 줄을 잇는다. 
개개인에 맞게 최적화(Customization) 된 혜택이 제공되는 OO pay는 야구장 내 최고의 결제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입장권과 장내 식음료 및 구단 상품 등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은 차별화 된 경기 영상 및 각종 정보 등을 제공하는 소통의 장으로서도 충실히 기능함으로써 마침내 프로야구에 몰입하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최애 쇼핑몰이자 주요 SNS 플랫폼으로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확보된 추가 트래픽은 타 카테고리의 상품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확보되는 고객의 행동 및 구매 데이터는 전사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으로 보내져 각 브랜드 별 신상품 및 서비스 기획에 활용되고, 야구단은 그룹 내 계열사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들에게 역동적으로 전달하는 접점(경험 제공의 장)이자 테스트 베드로서 충실히 기능한다. 

이후 야구장을 중심으로 구축된 리테일 전문 기업 집단의 생태계(Ecosystem)는 프로야구 콘텐츠와 결합되어 감정적으로 동화된 고객들을 더더욱 Lock-in시키고, 복합 쇼핑 단지로 진화 발전한 야구장을 찾는 수십 수백만의 고객들은 그룹 산하 각 브랜드가 제공하고자 하는 소비자 지향적 경험을 널리 전파하는 자발적 전도자이자 팬이 되어 위의 생태계를 타 분야에까지 확산시킨다. 


리테일 전문 기업 집단이 추구하는 생태계(Ecosystem)


리그 초창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성장과 쇠퇴를 거듭해 온 우리나라 프로야구 산업은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손에 넣길 끊임없이 갈망해왔으나 정작 이를 손에 넣기 위한 작업에는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왜냐면 리그 내 대부분의 구단들이 B2B 중심의 사업을 영위 중인 모기업 산하에 속해 있거나, 혹은 구단 운영비를 지원하는 각 계열사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 놓여 관련 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실행 동기를 부여 받기 힘들다. 
 
그러나, 리테일 전문 기업 집단은 다르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리테일 업을 성공적으로 영위 중인 이들은 지속 성장을 위한 전례 없는 시너지 확보를 위해 프로야구단을 운영해야 할 역량과 동기가 충분하다. 


Change or Die, Change to Live
모쪼록 KBO리그의 비즈니스에 리테일 전문 기업집단이 일으키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들기를 기대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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