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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Mar 27. 2022

KBO리그, 아직은 절망할 때가 아니다

한국갤럽의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단상

20대의 80%, 프로야구에 관심없다. 충격, 절망적인 한국야구의 미래.

그러나 관점을 바꾸면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 한국갤럽이 지난 23일에 공개한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단상.

이번 한국 갤럽의 프로야구 관련 리포트를 내려 받아 보면서 사실 저는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평소 출강하는 각급 단체나 기관 등의 특강들을 통해 이러한 실체적 진실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강 주제는 주로 마케팅 또는 스포츠 마케팅입니다)


국내 프로야구 관심 정도 (한국갤럽 조사)


최근 몇 년은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특강 또한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숫자가 연간 수십 회 이상이었으니 결코 적은 숫자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MZ세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들이 주역인 공간을 직접 찾아 허물없이 마주하고 또 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일념으로 불러만 주시면 그 곳이 어디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강의 시작에 앞서 제가 학생들에게 건내는 첫 질문은 항상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프로스포츠를 좋아하시나요?"


긴 침묵…

그러다 쭈뼛쭈뼛 손을 드는 몇몇 학생들.

저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순으로 각 종목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숫자를 헤아립니다.
프로야구의 경우 보통 2~3명 남짓 손을 드는데, 아예 없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마른 침을 삼키며 멋쩍은 웃음을 짓습니다.

‘30여 명의 수강생 중 고작 2~3명 이라니... 아, 과연 내가 늙어서도 프로야구를 볼 수는 있을까?’  

미래의 수요가 충분히 가늠이 되는 무거운(혹은 무서운) 현장.


이후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개인적으론 쓰라린 추억이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 사(社)의 2차 면접 경험담을 들려줍니다. 그러면, 관심 없는 프로스포츠 얘기에 잠시 얼어붙어 있던 교실은 순식간에 용광로가 됩니다.

여기에 Youtube와 메타버스, 그리고 드라마 스토브리그 자문 이야기를 섞습니다. 치트키도 이런 치트키가 없습니다. 심심찮게 강의 후 사인 요청을 받기도 할 정도니까요.


가까운 미래의 소비 주체이기도 한 이들 MZ세대들의 주요 선택지에는 포함되지 않는 덩치만 커다란 콘텐츠 산업. 이것이 오늘날 KBO리그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젊은이들에게 낭만을' 선사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리그임을 감안하면 입맛이 참 쓰디 씁니다.


오늘날 프로야구는 왜 이들 MZ세대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지금까지 산업 내에서 벌어진 모든 것들을 오로지 ‘야구’만의 문제로 인식하고, 또 ‘야구’를 중심에 놓은 기존의 셈법으로만 해결하려 들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편리하고 편안한 관람환경 조성이나 야구의 룰 개선, 그리고 일부 선수들의 비행에 대한 법적, 도적적 책임 추궁 등은 KBO리그를 기꺼이 선택한 고객들의 가치 제고를 위해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전부라고 생각해선 곤란합니다. 그저 반 쪽일 뿐입니다. 왜냐면 프로야구에 대해 전혀(혹은 1도) 관심이 없는 MZ세대들을 비롯한 비(非) 고객들에겐 이러나 저러나 큰 의미가 없는 활동들이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초대한 귀한 손님이 갈증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데 무턱대고 기름진 산해진미를 들이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선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킬 수 있는 음료부터 내어와야 합니다. 그래야지 뒤를 잇는 산해진미의 참 맛 또한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산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무리 야구의 본질(산해진미)이 매력적이고 훌륭하다고 한들 이에 대한 매력을 느낄 기회(갈증 해소 음료)를 비(非) 고객들(귀한 초대 손님)이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면 다가 올 산업의 미래는 더 할 나위 없이 암울할 것입니다.
(*고객의 해결 필요 과제(pain point) 및 근원적 욕구(needs)와 구체적 욕구(wants) 분석을 기반으로 한 해법(solution)으로서의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필요성)


놓치고 있는 나머지 반 쪽을 붙들기 위해 관련 산업계는 기존 ‘야구 중심 사고’를 넘어 외연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면 MZ세대들을 비롯한 비(非)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접점이 전혀 의외의 곳에서 만들어 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KBO리그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IP(지식 또는 지적 재산권)가 야구 산업 뿐만 아니라 비(非) 고객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폭 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특색있는 접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타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수용을 위해 프로야구 산업의 핵심 콘텐츠는 ‘야구 경기’이다 라는 생각을 잠시 내려 놓는 건 어떨까요?

콘텐츠 앞에 '핵심'이라는 두 글자를 붙일 수 있는 권능을 부여 받은 자는 오직 '고객'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 또한 오롯이 '고객'의 몫입니다. 


누차 강조드리지만 산업 내 종사자들은 핵심 콘텐츠를 스스로 정의한 뒤 이를 계몽시키려 들기 보다는 고객들 스스로가 이를 수월히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점 개발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이른 바 고객 중심&친화적 사고의 출발점이란 바로 이런 것이니까요.

관점을 바꾸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가슴 두근거리지 않습니까? 1을 n으로 만들어나가는 혁신의 기쁨...
 
Youtube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재미있는 영상을 본 뒤 이것이 무슨 프로그램인지 호기심이 생겨 여기 저기 알아봤더니 공중파에서 방송되고 있던 ‘놀면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이었다…라는 한 청소년의 인터뷰는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프로야구 산업의 수요 확보 또한 변화의 흐름을 쫓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어떤 주체가 영속을 기하고자 한다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능히 올라탈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란 끝없이 전개되는 진화에의 도전 속에서 비로소 기를 수 있는 것입니다.
강한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닙니다. 생존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자가 살아 남는 것이죠.


스스로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멈춰버린 채 하릴없이 모기업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수동적 리그가 아닌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나가는 KBO리그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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