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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May 30. 2022

롯데자이언츠의 부진에 대한 소회

사실, 현재의 롯데자이언츠의 부진이 놀라운 것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예정된 수순과도 같은 것입니다.


조직이 목표로 하는 성과를 창출해내기 위해선 Resource(인적/물적 자원), Process(업무처리 과정), Capability(구성원의 직무역량 & 조직문화 등)의 3가지 요소를 잘 갖춰야 하고 또,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동시켜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Fundamental Building Block과 성과 창출 간의 흐름도


하지만 현재의 롯데자이언츠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본 바) 그러하질 못하더군요.


지난 2021년 12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의 내용과 같은 장문의 우려 섞인 글을 남기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내 예상이 빗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지없이 들어맞는 모습에 이래저래 헛헛한 감정이 드네요.


분명한 길이 있는데... 왜 그 길대로 걷지 않는 걸까요.


오늘 모 팬 페이지에서 아래의 이미지의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팬들도 많이 괴로운가 봅니다. 어떻게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텐데요.

 

NC다이노스로 이적한 손아섭 선수에 대한 팬들의 그리움


가능할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롯데자이언츠의 분발을 기대해봅니다.


*아래의 글은 지난 2021년 12월 30일에 제 페이스북에 남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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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선수의 NC다이노스 이적과 롯데자이언츠의 해명을 지켜보며...


참으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롯데자이언츠의 심장이라 불리며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팬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프랜차이즈가 낳은 스타 선수의 이적...

들끓는 팬심을 달래기 위해 단장이 직접 모 Youtube 채널에 등장해 해명을 했습니다만, 계약 과정의 100%를 털어 놓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해명이니까 구단에 유리한 정황 중심으로 재구성을 했겠죠.


각설하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프로스포츠 비즈니스를 표방하고 또 지향하는 구단이 정작 비즈니스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고객의 Pain point(해결해야 할 과제)를 성공적으로 공략한다."

이것은 비즈니스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고객의 근원적 욕구인 Needs와 구체적 욕구인 Wants는 바로 이러한 Pain point의 "해결"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들입니다.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는, 롯데자이언츠라는 콘텐츠를 기꺼이 소비하고자 하는 팬(고객)들의 Pain point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단장이 Youtube 채널에서 피력했던 '가성비 야구' 또는 '역할분담 & 조합식 야구'는 과연 이들의 Needs와 Wants에 부합되는 것일까요?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야구는 산수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1+1=2가 아닌 경우도 너무 많고(사실 대부분이고), 또 경험치가 쌓인다고 해서 게임캐릭터처럼 선형으로 차곡차곡 성장하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너무나도 많은 변수에 쉼 없이 흔들리는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가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5년 간 꾸준히 검증을 받아 온 확실한 결과를 대뜸 포기하고 불완전한 대안을 선택하겠다뇨?


"미국 프로야구는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해. 프랜차이즈 스타라도 조건이 안맞으면 곧잘 팀을 떠난다고.미국의 야구팬들은 쿨 하게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팀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지지해 줘."


뭐...이런 류의 주장을 하고 싶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나라의 프로야구는 미국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 합니다. 즉, 같은 "비즈니스" 카테고리 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산업은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의 프로야구는 나의 커뮤니티 라이프의 일부이고, 일본의 프로야구는 전국시대 다이묘의 가신이자 백성이던 시절부터 이어져 오고 있을지도 모를 우리 지역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의 표상이라면, 국내 프로야구는 그저 여가선용을 위한 저렴한 비용의 "볼 거리 또는 이벤트"로서의 지위를 점하고 있을 뿐입니다. (*KBO리그 또한 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제든 다른 대안이 등장한다면 팬(고객)들이 쉽게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겠습니다.

팬들이 프로야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볼 거리를 즐기러 오는) 대부분의 팬(라이트 유저)들은 이기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을까요 지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을까요?

(*실험적 선수 성장 지향형 라인업이 높은 승률이라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또, 팀에 몰입되어 있는 열혈팬(헤비 유저)들의 경우 프렌차이즈 스타 선수가 중심이 된 탄탄한 팀을 원할까요, 아니면 성장을 빌미로 라인업 구성을 가성비에 맞춰 수시로 뒤흔드는 팀을 원할까요?


지금 롯데자이언츠 구단이 벌이고 있는 행위는 팬(고객)들의 Pain point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Pain을 늘리는 것일 뿐입니다. 변화 시도의 궁극적 지향점은 팬(고객)만족이잖습니까.그렇다면 이를 위한 최소한의 주춧돌 몇 개는 남겨놨어야죠.


팬(고객)들은 "부모님"이 아닙니다.

성장을 위한 좌충우돌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마냥 기다려주지 않습니다.과정보다 결과에 주목합니다. Pain을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까? 기다려주길 원했다면 그 전에 팬들과의 "부모-자식 혹은 가족(이른 바 패밀리십)"같은 관계 구축에 힘써 매달렸어야죠.


소통의 부재...

이것이 롯데자이언츠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 아닙니까?

선수의 "성장"을 위해 "1군 경기를 통째로 희생한다"는 것은 아직 "감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철저하게 지양(!)해야 할 행위입니다. 왜냐면 그야말로 악순환으로 치닫는 트리거로 기능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8888577의 암흑기를 벌써 잊었습니까?


누차 강조드리지만 야구는 산수가 아닙니다.

제 글을 자주 접한 분들께서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평소 프로야구의 "제대로 된 비즈니스화"를 누구보다 강조하고 열망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롯데자이언츠 구단이 피력하고 싶은 바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합니다. FA선수 영입에 있어 기대할 수 있는 효익 이상의 터무니없는 거액을 쏟아붓는 것에도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현재의 구단의 방식에도 공감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2021시즌 종료 후 FA시장의 컨센서스는 "필요하면 거액을 주고서라도 무조건 잡는다"로 결정되어 버렸습니다. 내키지 않더라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시장의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됐다면, 최소한 "평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수긍해야합니다. 나 혼자 소위 말하는 독고다이(우리 구단 만의 가치산정방식, 48시간 내 의사결정 등등...)를 고집하며 독야청청을 부르짖다간 순식간에 "도태"되고 맙니다. 시장의 흐름을 이기는 개별주체란 단연코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확실한 대안"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습니다만 롯데자이언츠에 확실한 대안이 있습니까? 비주전 선수들이 로또처럼 터져주길 바라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 땐 어떻게 할 겁니까? 플랜 B, C가 준비되어 있습니까?


아, 정말이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여차하다간 아낀 FA 비용 그 이상으로 매출이 날아가버릴테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트리거가 당겨진 "악순환"의 거센 흐름에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휩쓸려 가 버릴테니까요.

(*비즈니스를 표방한다면 이런 걸 우선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30,000명이 입장가능한 야구장에 69명이 입장하고(좌석점유율 0.23%),

관중석에선 애들이 축구공을 차고 놀고,

텅 빈 객석 위를 자전거로 내달리고...

거짓말같지만 실제 벌어졌었던 기묘한 장면들...


잘해보려고 했던 건데 결과적으로 잘 안됐네? 미안....이라면서 떠날 사람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어떡합니까?

구단 운영은 구단 매니징 게임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전쟁과도 같은 것이니까요. 무너뜨리는 건 순식간이지만,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영겁의 시간과 그 이상의 공, 그리고 비용을 들여야합니다. 리셋&리스타트가 게임처럼 쉽다면 참 좋을텐데...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무려 "손아섭 선수" 아닙니까.

자이언츠의 심장이자 근성의 상징으로 불렸던 악바리 중의 악바리.

프랜차이즈 스타의 의미가 옅어지고 있는 시대, 팀의 주전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 출신들로 가득했던 그 시절에도 그는 연고지 부산 출신임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며 라인업을 지켰습니다.

(*제가 롯데자이언츠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런 선수를 이렇듯 허망하게 떠나 보내다니... 지역신문에 게재된 그의 작별인사가 팬들의 가슴을 더 할 나위 없이 먹먹하게 만듭니다.


문득, 둘이 접이식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두런두런 나누던 이야기들이 생각나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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