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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Feb 24. 2022

KBO리그의 통합마케팅에 대한 단상

통합(統合).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 따위를 하나로 합침. 여러 요소들이 조직되어 하나의 전체를 이룸. 또는 그러한 일. 


통합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통상적으로는 그룹 내 산재해 있는 여러 기구나 조직들이 비슷한(혹은 공통된) 목적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을 때,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을 방지하고 보다 원활한 목표 달성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자 통합을 고민하게 된다. 이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및 집행'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개인구단주(혹은 집단)가 소유하는 형태가 대부분인 MLB의 구단들은 자신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야구산업을 엄연한 '비즈니스'로 인식한다. 그들은 수익의 창출 및 극대화를 통해 세(勢)를 불려 나가길 희망하고, 그 속에서 안정적인 영속을 꿈꾼다. 메이저리그의 통합마케팅 플랫폼인 MLB.com은 이러한 구단주들의 오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 중 하나로 등장하게 되었고, 그 목적은 명확하고 명쾌하다.


'회원사들의 공동 번영을 위해 일부 분야의 마케팅을 통합,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리그의 가치를 제고하고 대외 협상력을 강화함'


이를 통해 구단들은 '자신들이 소화할 수 없었던(역량의 부재)', 혹은 '낮은 효율을 감내해야 했던(한정된 자원의 비효율적 집행)', 하지만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위해 반드시 뛰어들어야만 했던' 부문의 운영에 대한 고민을 일정 부분 해소함으로써 수익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공통의 이해 충족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집행하는 최적의 솔루션, 그리고 이를 통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 잘 될 수 있는 길(공동 번영)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바로 MLB.com인 것이다.


MLB와 KBO의 운영 목적의 차이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산업은 미국의 그것과는 사정이 다르다(이를 '한국 프로스포츠 산업 토양의 이질성'이라고 칭하고 싶다). 비즈니스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MLB와는 달리 KBO리그에는 '(모기업의)홍보수단', '(모기업의)사회공헌수단', 그리고 '비즈니스'라는 3가지 정체성과 10가지 구단 별 운영 목적이 혼재하고 있다. 이는 자생력을 갖추지 못해 그룹사의 지원금(광고비 명목으로 시세의 수 배~십 수배 이상 부풀려져 집행됨)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산업의 기형적 구조가 낳은 비극(?)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하여, 개인구단주(혹은 집단)가 대부분인 MLB의 회원사들과는 달리 대기업의 계열사로서 지위를 점하고 있는 KBO리그 회원사(히어로즈 제외)들은 마음만 먹으면 모기업 군의 내부역량 만으로도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비즈니스&마케팅 솔루션(입장권, 매점, 상품, 광고 및 프로모션 관련분야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야구단 외)계열사들은 프로야구 산업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길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현재의 KBO리그의 시장규모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투자대비 효용을 거둘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기업의 지침으로 인해 야구단에 상당 수준의 지원금을 대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당 구단의 비즈니스 내 타 경쟁사의 진입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드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 프로야구단은 '계륵'과도 같다.)


KBO리그 내 구단들의 정체성의 혼재


이러한 한계 속에서 KBO가 단순히 MLB.com의 성공을 벤치마킹 하겠다며 'KBOP'를 내세워 별 다른 고민도 없이 통합마케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MLB.com은 수익 창출 및 극대화라는 회원사들의 '공통의 이해'를 충족시킴으로써 공동 번영의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10개 구단 저마다의 정체성과 운영 목적이 혼재해 있는 KBO리그에는 과연 '공통의 이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KBOP는 이의 충족을 위해 통합을 당차게 주장할 수 있을 만큼의 전문적인 비즈니스&마케팅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또한 리그 내 모든 구단들의 공동 번영을 위한 비즈니스&마케팅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최근 정지택 총재가 잔여 임기 2년을 남기고 KBO의 수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속 사정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로서 마주했던 생산적인 시장과 KBO리그의 구태의연한 시장의 차이, 그리고 그로 인한 좌절감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생산적인 시장이든 구태의연한 시장이든 고객은 그들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이유(Why)가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Why)는 해결하고 쉽은 과제(Pain point)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통합마케팅이라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서둘러 만들기 보단 이것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Why)를 제시할 준비를 하는 것이 KBO리그의 통합마케팅을 주도하고자 하는 주체들에게 요구되는 자세이다. 이에 대한 준비는 소홀히 하면서 그저 공허한 구호만 나열한다면 KBO리그의 통합마케팅은 리그 내 회원사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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