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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Feb 24. 2022

포르쉐 카이엔 론칭 스토리 (2)

1993년, 포르쉐의 차량 판 매 대수는 1만 4천 대 수준까지 급감하였다. 불과 7년 전인 1986년에는 5만 대 가까이 판매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포르쉐가 마주하게 된 현실은 너무나도 엄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르쉐는 곧 도산할 것이다 혹은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될 것이다 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였다. 당시 우리나라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도 포르쉐의 인수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고 한다.


이러한 고난의 시기에 벤델린 비데킹이 포르쉐의 신임 CEO로 새롭게 부임하였다. 훗날 기적같은 성공을 일궈냄으로써 'Mr. 포르쉐'로 칭송받게 되는 그는 포르쉐의 생산 및 자재 관리 담당 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부품 소재 기업의 임원을 거쳐 포르쉐의 생산파트를 총괄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포르쉐의 신임 CEO 벤델린 비데킹


새롭게 CEO로 취임한 비데킹은 자신의 커리어에 걸맞게 현장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최고급 스포츠카는 수작업으로 제작해야 된다는 편견과 비표준화 되어있는 부품들이 효율적인 신차의 개발을 막을 뿐만 아니라 생산비용 측면에서도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위기에 빠진 포르쉐를 되살리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일본의 제작방식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었다. 그는 직원들을 일본으로 파견 보내 TOYOTA의 린 생산방식을 견학하게 하였고 외부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업무와 물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안을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과거 수작업 위주였던 생산공정을 3개의 기본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차종을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 변모시켰고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임원의 1/3과 직원 약 2천 여명을 감원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였다. 

토요타 자동차의 린 생산 방식을 벤치마킹하다


또 그는 차종 간의 부품을 공유함으로써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품질 높은 두 대의 차량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냈는데, 이를 통해 생산된 차량들 중 하나가 바로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2인승 소프트탑 컨버터블 스포츠카인 박스터(Boxster)다.


독일이 아닌 핀란드의 발멧 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사의 공장에서 생산된 이 차량은 포르쉐 996 모델(911시리즈)과 외장 및 부품 등을 40% 가까이 공유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포르쉐는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고 차량 가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하여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Boxster는 이후 매년 2만 대 가까이 판매됨으로써 위기에 빠졌던 포르쉐가 회생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포르쉐 박스터와 996 - 부품 공유


개구리를 닮은 듯한 앞모습은 911 시리즈만의 고유의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비데킹은 (당시) 차기 911 시리즈인 996을 출시하면서 기존의 둥근 헤드램프 대신 보닛과 이어지는 형상의 헤드램프와 대시보드를 채용하였다. 이는 박스터와의 부품 공유에 의한 것으로 포르쉐는 이를 통해 생산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던 환경 규제의 흐름에 따라 기존의 공랭식 엔진을 수랭식 엔진으로 교체했는데, 기존 엔진 특유의 감성에 크게 매료되어 있었던 일부 고객들은 이러한 조치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차량의 성능이 크게 향상됨으로써 많은 이들을 만족시켰다. 

또 새롭게 개선한 생산 공정과 부품 공유를 통해 차량 생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이들이 911을 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는데, 결과적으로 996은 박스터와 더불어 위기에 빠져있던 포르쉐를 회생시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되었다.


여기에 더해 비데킹은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또한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이 기간 동안 매출액은 6배, 판매량은 5배 그리고 주가는 무려 2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비데킹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다. <3편에서 계속>

벤델린 비데킹이 이뤄 낸 성과 (박스터, 996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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