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너무너무 힘들어요

by 조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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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모든 남자들의 고통인가? 아니면 나만의 고충인가?


와이프와 함께 아웃렛 쇼핑을 다녀왔다.


옷을 걸치고 거울을 보고 있으면 지체 없이 다가가서 말한다.

"옷이 정말 잘 어울린다"

"당신 옷걸이가 좋아 옷도 예뻐 보인다"

"옷 색깔이 당신이랑 잘 맞는 것 같다"


응원과 지지 멘트를 날린다.


그러나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 두 시간이 다 돼간다.

힘들다. 지친다.


마침내는 피로감이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것 같다.

벽이나 기둥에 기대거나 의자에 앉고 싶다.


길어봐야 서너 시간인데....

왜 이렇게 쇼핑에 적응이 안 될까?

결혼한 지 27년이 되어가도록 쇼핑을 계속 같이 다녔는데도.


백두대간 길에서 등산할 때는 무려 열 시간 이상을 계속 걸어도,

때로는 1박 2일 내내 숲 속을 내달리다시피 해도

아직도 더 먼 길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갈만하다고 생각하는 나인데....


스스로 생각해 본다.

오십 중반이 넘도록 인간이 덜 되었거나 수양이 부족하여 이렇게 느끼는 것인가?


지난 주말 겨울 방학 시작하기 전,

교장, 교감과 함께 티타임을 가지다가 이 얘기 저 얘기를 했다.

그중 쇼핑 이야기도 있었다.

두 분도 역시 나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쇼핑이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교감은 '최근에 저는 옷 사러 가는데 대부분은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 대신 와이프가 사주는 옷은 고맙다고 말하면서 입어요. 나에게 잘 맞춰 주어서 불평도 불만도 없습니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라고 했다.

교장은 "외동딸이 엄마와 함께 옷을 사러 갑니다. 요사이 저에게는 쇼핑을 가자는 말도 잘하지 않는 것 같아요.

쇼핑이 힘들다고 자주 말하니까 이제는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 옷 저 옷 다 입어보고, 몇 시간이고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지만, 저는 여전히 너무 힘든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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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면, 거의 대부분, 90% 이상은 나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지치고 피곤한 쇼핑을 짜증 내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이 어려운 상황에서 와이프와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 위한 비책(?)은 없는 것인가?

믿거나 말거나 대부분의 문제는 두 개 이상의 관점이 있다.

쇼핑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너무 힘들다'라고 생각하지만, 함께 간 부인은 '너무나 즐겁고, 모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다'라고 되뇔지도 모른다.

사소한 말실수나 대응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핵폭탄이 되어 터질 수도 있다.

사실 즐거운 기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왕 나선 쇼핑이니까, 와이프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잘 맞추고 싶을 뿐이다.

나의 행동 방식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는 피로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쇼핑 중 쉽게 밀려오는 피로감과 그로 인한 짜증은 오로지 나 혼자서만 느끼기를 바란다.

즉, 내가 느끼는 짜증이 와이프에게 전달되어서는 안 된다.

매장 내 비치된 의자가 있을 경우,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앉아 있기

서점 등이 있다면, 기둥에 기대거나 자리에 앉아서 책 보기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사전에 와이프와 소통하는 것이다.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설명하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쇼핑 중 피로감이 쉽게 오고, 그런 경우는 어디서든 잠시 쉴 것이니 이해해 달라"


두 번째는 쇼핑 전 여기저기 다니다가 쇼핑을 하러 갈 경우, 분명한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먼저 쇼핑을 하러 가라. 나는 차에서 잠깐 눈을 감고 있다가 피로가 회복되면 바로 가겠다"

"안돼, 바로 같이 가자"라고 말할 와이프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거다.

나도 부인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세 번째는 쇼핑 장소에 와이프를 하차해 주고, 나대로의 시간을 가지는 방법이다.

어쩌면 가장 현명한 행동일 수 있다.

마음속에 불만이 내재된 상태로 따라다니다 부부 싸움으로 이어지거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럴 바에는 각자 취미를 즐기는 시간쯤으로 여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웃렛 매장에서 다소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겨울 외투를 장만하고 행복해하는 와이프를 보니 함께 다녀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이 정도쯤이야....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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