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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Nov 03. 2023

자조 모임의 조건

자조 모임 또는 조직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육청에서 20여 년을 근무하면서 주로 수행한 업무는 소위 3D 업무였다.

10여 년을 매달렸던 학생 배치 업무, 교육감 소속 근로자 노조에 대한 사용자 측 간사 업무 2년, 

산업안전보건 신설팀에서 다시 노조와 2년을 보냈다.


각종 민원과 함께 온갖 스트레스를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터득(배움)이 있었다.

요약하면 행정기관에 어떤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자조 모임이 잘 되는 조건'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갈 만한 쟁점의 발굴이다.

요구 사업에 명분이 분명하고, 구성원 다수에게 가치로운 쟁점, 거기다 흥미롭기까지 하다면 최상이다.

이러한 쟁점은 충분한 검토와 치열한 토론이 있어야만 도출이 가능하다. 


두 번째, 자조 모임의 요구를 행정기관에 관철시키려면 상당 기간 지속적인 노력(투쟁)이 필요하다. 


행정기관 담당자는 각종 단체의 요구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법령과 기준을 준수하여 감사에 지적되거나 처분받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한다.


학생 배치, 노무, 산업안전보건 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한번 결정된 정책이나 답변은 영향력이 크고, 효력의 존속 기간도 길다.

이런 이유로 업무에 대한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하면, 검토에 소극적이란 뜻이다.


그러나 나는 각종 단체의 요구사항 답변에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예: 목적, 상황 분석, 문제점 도출, 문제의 원인, 해소 방안 및 대안별 장단점, 파급 효과, 이해관계자와 타시도 상황 등의 종합적 검토)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번번이 노조나 단체 등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세월이 지난 후 '왜 이런 일들이 계속될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단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노조는 강력한 투쟁을 상당 기간 지속한다. 

역할을 미리 정하고, 때로는 연습까지 하며, 한두 차례 밀어붙이고 그만둔 것을 본 적이 없다. 

과격한 언행, 협박성 발언, 때로는 다수의  피케팅, 집회 등을 이어가면서 현수막 게시, 기자회견 등 여론전도 불사한다.

 

또 국장과 교육감 등 주요 간부와의 면담 요구, 밤샘 천막 투쟁도 동반한다. 

이렇게 다양한 수단으로 사 측을 압박한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 측 부담감이 증대되고 결국에는 요구가 관철된다.


세 번째, 자조 모임이 잘 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즉 적정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이든 사람이 모이면 돈이 소요된다. 필요한 돈을 충분히 확보해야 모임이 잘 된다. 

물론 재정 관리 전반의 투명성도 매우 중요하다. 돈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머지않아 모임 자체가 와해된다. 


결론적으로 자조 모임에서 행정기관에 요구를 관철시키려면 다수의 사람을 모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사람이 모이면 돈, 명분, 가치 등이 충분히 확보되고 상당 기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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