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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Nov 08. 2023

석양

으스름이 밀려드는 시간

대구 방공포병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던 때가 떠오른다.


20대 초반

육군 하사였다.


연병장 너머로

보드라운 봄바람과 함께 

석양이 넘실넘실 일렁였다.


분명 아름다운 저녁인데

슬픈 생각에

눈물이 흐를 뻔했다.


그러나 '나는 사내다. 

하찮은 감정에 휩쓸려

울면 안 되지!'라며


6개월간의 나이키 미사일 정비 교육과정을 

마쳤다.


서러웠던 이유는 이랬다.

'내가 왜 여기에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고향 친구들은 대학에 다니는데, 대학은 고사하고 

이 좋은 청춘을

군사훈련으로 채우고 있다니....'


아팠던 그 기억이 

어느새 37년 전의 추억이 되었다.


오늘은 산 아래에 신발을 벗어두고 

맨발로 정상에 올랐다.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며

뜻하지 않은 석양과 마주했다.


20대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상념에 젖었다.


아름다운 서해를 바라보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드는 중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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