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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Nov 12. 2023

영하의 맨발

어제와 오늘은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영하 2도다.


일찍 일어났지만, 집을 나서기가 무서웠다.

쓰레기 정리 등 이런저런 일을 챙기다가 열 시쯤 박석 공원을 향했다.


따뜻한 물을 보온병에 담고 커피도 준비했다.

5분 만에 도착하는 작은 봉우리, 오르내리는 숲길로 3km를 걸을 수 있다.


벤치 아래에 가방이며 신발과 양말을 벗어서 잘 정리해 두고,

맨발 걷기를 시작한다.


그제까지만 해도 감미로운 흙 길이었는데, 오늘은 자극적이다.

찬 기운이 따가움으로 느껴질 만큼 발바닥이 시려온다.


심장이 떨려온다는 표현이 딱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겨울도 찬물 샤워를 즐겼던 한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먼저 머리를 감고, 조심스럽게 발을 씻은 다음

차츰차츰 가슴과 등 자락으로 올라가면서 차가운 물줄기를 적셔가지만, 강력한 기운이 몸서리치게 하던 날이었다.


10여 분 동안은 조심조심 걷다가

보폭과 속도를 조금씩 높여갔다.


11월 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추운 날이라 그런지 산을 찾아온 분들이 확연히 줄었다.

맨발 걷기를 하시던 지인들도 오늘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맞은편에서 오시는 여러분이 걱정스러운 말들을 해준다.

발이 시리지 않느냐? 너무 추우시겠다 등등.


처음으로 깨달았다.

기온 탓이겠지만, 지면의 촉감이 여러모로 다르다.


황토든 흙토든 흙길은 차가움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맨발로 걸을 때마다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주었던 황톳길은

이렇게 추운 날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차가운 기운이 싫어 흙길을 만날 때마다 뜀박질을 했다.


반면, 낙엽으로 가득한 길은 따사로운 햇살을 품고 있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만약 겨울 등산 중 부득이한 사고로 밤을 새워야 한다면,

낙엽을 모으고 그 속으로 들어가야 살 수 있다.


물론, 그전에 사고가 나지 않아야 하고,

길을 잃었다면 원점으로 회귀해야 한다.


단순히 길을 잃었다면,

행동식을 먹으면서 길을 찾는다.


등산 중 사고사의 중심에는 저 체온증이 있다.

저 체온증 예방법도 알아야 한다.


체온을 보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꺼져가는 난로를 살리기 위해서 장작을 지피듯이 우리 몸에도 먹는 것을 투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체온이 급강하한다면

우선 먹고 마시면서, 몸을 데워야 한다.


그러나 오늘처럼 공원 수준의 산행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소 춥다고 해도 길을 잃지 않고, 저 체온증도 충분히 대처 가능하기에.


날은 몹시도 춥지만

기분만은 최고인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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