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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Nov 29. 2023

또 면접을....

어제.... 교육청에 가서 면접을 보고 왔다.

6급 주무관 시절 본청에 근무하기 위해 세 번이나 전입 공모 면접에 응했다.

사무관이 돼서도 여전히 면접을 보다니....

이유는 결대로 자람 학교(예전 행복 배움 학교) 행정실장 공모에 응모했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1인이면 면접 없이 학교장 평가로 결정하는데, 인천영종고는 두 명의 행정실장이 응모해서 면접을 진행했다.

그제까지만 해도 그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면접의 달인이라 생각했는데

어제부로 자신감이 푹 내려갔다.

전혀 형편없이 답변을 못하거나 버벅대지는 않았다.

당연히 문제에 대한 정답을 두괄식으로 답변했다.

그럼에도 두 가지 이유로 어젯밤 잠을 설쳤다.

하나는 예상한 대로 나이 어린 심사관들이 나왔고, 그들에게 나를 평가하도록 스스로 선택한 것인데, 반드시 그럴 필요가 있었는가?

이에 대한 뒤늦은 후회였다. 

그에다가, 피면접자로서 문제를 듣는 동안 평소와 달리 약간의 긴장감이 올라왔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게 고통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정상적인 호흡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계획했던 것처럼 차분하고 유연하게 답변을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심사관은 위원장 1명과 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위원 4명이 전원 입사 동기였고, 사무관 승진이 나보다 늦은 친구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아쉬워서 이 나이에 이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기어 나왔다. 

분명한 것은 면접을 보기 위한 나의 선택이 있었다. 

그 선택이 혹독한 마음고생을 수반한 것이다.

이곳 영종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BTL 학교다.  

BTL 학교로서 가장 큰 장점은 외부 시설 관리팀이 상주하는 점이다.

그래서 행정실장과 교장은 학교 시설에 대해 책무와 부담이 적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전셋집(학교)을 얻어서 교육 활동을 펼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장점이 있기에 교직원의 동의를 얻어 공모학교로 신청을 했고, 교육청에서 수용해 준 것이다.

사실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괴감이 밀려들고 자존감의 손상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밤새 생각해 본 결과, 사회생활에서 큰 가치가 없는 나이와 경력이 문제의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호흡 관리가 중요하다고 수없이 스스로에게 세뇌를 해가면서 준비했지만, 면접장의 엄숙한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다소 긴장이 되어  차분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세밀한 답변을 하지 못한 점이다.

 

특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천교육 정책과 관련된 출제 문제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응모 시 항목은 지원 동기, 근무 중 주요 실적, 결대로 자람 학교 발전방안, 행복한 학교란? 기타 등 다섯 가지였다.

당연히 이 다섯 개의 범주에서 답변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인천교육정책과 연계된 문제라니.... 이 문제를 들으면서 멘붕이 왔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의 교육목표를 예로 설명하면서 비슷한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모르겠다'거나.... 횡설수설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교육청에 근무하는 일반직 팀장 관점으로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체감이 전혀 안 되는 문제다. 

결대로 자람 학교의 행정실장이라고 해서 인천교육정책을 반드시 잘 알고 숙지해야 할 사항인가?

공감이 안 되는 문제였다.

왜 이런 문제들을 출제하는가도 생각해 보았다.

결대로 자람 학교의 운영과 행정실장 공모 주관부서는 교육역량 지원국 학교마을 협력과 이다.

최소한 한 분 정도는 그 부서에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근무할 학교 관계자를 포함해야 합리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결재로 자람 학교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는 심사관, 더구나 장학관이나 학교 관계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심사관들이

무엇을 위해, 어떤 기준으로 맞춤형 인재를 선발하여 배치한다는 것인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야 피곤이 몰려온다.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내일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는데....

내년 1월 1일 자로 이사 갈 가방을 싸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아니라면 천만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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