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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Dec 06. 2023

종단연구 보고회에서

결대로 자람 학교 종단연구 1차 연도 보고회에 참여했다.

연구진에서 그간의 과정과 결과, 제언까지 소개했다.


10년 전 교육청(학교설립기획과)에서 수행한 '인천 미래 교육 여건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이 떠오른다.

1월 1일 자로 발령받은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연구용역비 1억을 집행하란다.


보통의 연구용역 예산은 2~3천만 원인데, 사업비가 1억이나 되다니.

거기다 예산이 세워진 이유를 듣고 부담이 커졌다.


수년 전 구월동 주민들은 초등학교가 옮겨간 부지에(이전적지) 일반 고등학교를 설립해 달라고 집단으로 민원(8천여 명)을 냈다.

교육청은 학교 신설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담당자가 바뀌면서 입장도 180도 바꾸었다.

민선 교육감의 취임, 학교 신설에 대한 교육부의 통제 강화 등이 이유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학교가 신설된다더니, 1년도 안 되어 입장을 번복하자 그야말로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교육청은 간담회, 설명회 등으로 설득 노력을 줄기차게 이어갔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특히나 시의회는 교육청 관련 부서에 질문서를 보내고, 자료를 요구하는 등 담당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압박을 가했다.


핵심 메시지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 방법을 강구하여 학교를 신설하라'라는 막무가내식 주장이다.


교육청은 연구용역을 통해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고, 지역 주민들도 이에 동의했다.

그렇게 오래된 역사와 사연으로 출발했다.


연구용역 업무를 부여받았지만, 전혀 경험이 없던 터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휴일 출근하여 절차를 구상했다.

이어서 연구용역 추진을 위한 TF 팀을 관련 직원들로 구성했다.

그들과 타 시·도 출장을 다녀오며 자료수집에 공을 들였으나, 유사 사례가 없었다.

또 도서관 논문, 교육부 연구 자료, 인터넷 검색 등 문헌 연구를 하면서 대학교수 자문도 받았다.


이렇게 여러분의 도움과 노력으로 발령 두 달 만에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무려 300페이지에 달했다.


연구의 주요 내용은 학생 수의 변화에 따른 인천의 교육여건을 분석하고, 향후 30년의 학교 설립 소요까지 산출하는 것이었다.

인천**연구원 다섯 분의 박사님들과 1년 가까이 과제를 수행하고 보고회를 가졌다.


연구 과정에서 다양한 협업, 폭넓은 의견수렴, 세밀한 검토 등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우선, 앞서 언급한 실무추진 TF 팀이다.

교육청 관련 부서 담당자들로 구성하여 연구 자료 제공, 중간보고 검토 등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두 번째는 전문가 검토단과 자문단이다.

교육청의 학생 배치 계획에 조예가 깊기로 명성이 자자한 다섯 분의 선배 공무원을 검토단으로 모셨고, 연구 기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나 주요 쟁점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했다.

연구용역 기관에서 인천의 시민들로 구성한 자문단을 운영하도록 했다.


세 번째는 공청회와 설명회다.

연구 과정에서 관계자 공청회를 반드시 시행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을 도출하고,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지역별 설명회도 요구했다.


이러한 다층적인 협력과 의견수렴으로 학교군 조정안 도출, 학교 설립 소요 판단 등을 보고받았다.

10개월간의 고군분투로 연구용역을 마쳤다.


교육청 간부들을 대상으로 보고회를 개최했고, 시의회 보고와 언론 보도, 집단 민원 회신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 일들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여 년이 흘렀다.

     

나는 연구용역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다.

첫째 사람을 모으고 그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 어려운 문제들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주변의 지인들과 평소에 잘 지내고 배려해야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무추진단, 검토단, 설명회 등에서 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셋째 난제를 해결하려면 추진력이 필요하다.  


오늘 참여한 결대로 자람 학교 종단연구는 3년간에 걸쳐 수행한다.

결대로 자람 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길 기원하며, 깊이 있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어 잘 활용되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투입은 물론이고, 교직원들의 관심도 유지돼야 한다.


인천 영종고는 8년째 결대로 자람 학교로 운영 중이다.

2년간 내가 체험한 우리 학교는 문화 자체가 일반 학교와는 차원이 다르게 높은 수준으로 민주화되어 있다.


교사들은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펼쳐가며, 학생들과 학부모는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교장 등 관리자는 교직원의 자율성에 바탕한 책무 수행에 무한 허용적이다.


무엇보다 수평적인 회의 문화와 토론을 통하여 학사 일정이나 교육과정 등의 결정을 해나간다.

학교에 필요한 요소요소마다 이런 사례들이 확립되었고, 교육 가족의 협력적 분위기로 학교 일들이 술술 풀려간다.


결대로 자람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학교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내가 생각하는 결대로 자람 학교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민주적 공동체로 인천의 미래교육을 실천하여 학생 저마다의 꿈과 소망을 이루어 주는 학교다.


행정을 지원하는 측면과 방식도 여기에 발맞추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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