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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Jan 04. 2024

놀라운 체험, 맨발!

놀랍다. 식후 두 시간 혈당 수치가 116이라니!

2019년 12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오늘 다니던 병원에 혈압과 당뇨약을 받으러 갔다.

언제나 그렇듯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고 의사를 만났다.


뵙자마자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혈압 좋고요. 혈당도 매우 좋네요."

"혈당이 좋다고요. 그렇게 높은데요?"


"아침 드신 거 아니신가요?"

"여덟 시 반쯤 먹었으니까... 두 시간이 조금 안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매우 좋다는 거죠."


갑자기 의아했다.

조금 전 체크한 혈당 수치가 116, 혈압은 110/70이었음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내가 평소 알고 있던 정상 범위가 순간적으로 뒤엉켰다.


그러면서 의사 선생님은 메모지에 적어가며 설명을 하셨다.

"식전은 100, 식후는 120이 정상이잖아요."

"아! 그렇지요. 죄송해요. 헷갈렸어요"


평소 너무 잘 아는 내용인데,

어찌 된 일인지 식전 수치와 혼선이 있었고, 수치가 높다는 생각으로 반문한 것이다.


병원에 다닌 지 만 4년, 

당뇨 진단을 받고 혈당 범위가 정상으로 나온 것이 처음이라서

나 스스로 쉽게 이해가 안 된 것이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딱 6개월인데.... 정말 놀랍긴 하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혈당이 정상이라니!"


옆에서 듣던 작은아들이 먼저 반응한다.

"와, 아빠 축하드려요"

녀석은 맨발 걷기의 효과보다는 혈당이 정상이라는 말만 들렸나 보다.


아내는 "체중도 확 줄였잖아. 그 효과도 무시 못할걸"이라며 또 묻는다.

"약 처방은 어떻게 받았어?"

"약은 그대로 받았어"


최근의 나는 맨발 걷기를 하루 1시간 정도 거의 매일 이어가고

체중도 1년 전에 비해 5kg을 감량했다.


어떻든 오늘 병원을 다녀와서 얼떨떨하다.

이게 어찌 된 상황일까? 향후에도 이 상태가 계속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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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5일부터 시작한 맨발 걷기,

어느덧 해를 넘겼다.


지인이 초대한 단톡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호기심 반, 의아심 반으로 학교 운동장에서 시동을 걸었다.


한 달, 두 달, 세 달.... 

어느새 여섯 달이 되었다.


맨발 걷기를 하면서

내 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18시 이후 안 먹기, 도보 출근, 백운산 등정 등 

여러 노력들을 같이 하기에 맨발 걷기만의 효과라기는 좀 무리가 있지만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여럿이다.


몸과 마음이 전체적으로 건강해졌다.

뛰고 달리며 걷는대서 자신감을 떨어뜨리던 현기증이 사라졌다.


책상에 오래 앉아 업무를 보는 것도 불편했는데

그런 불편함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50대 중반을 넘겼지만

40대 때 마라톤 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나는 지긋하게 참아내는 것을 잘하는 사람인가 보다.

6개월을 걸으면서 지겹다거나 싫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당구, 나 홀로 자전거 타기 등은 지금도 즐긴다.


2010년 전후로 백두대간을 종주했고 

마라톤 풀코스 3회 완주와 하프 코스는 수십 번 출전했다.


그럼에도 50대에 접어들면서

어느 날부터 자신감과 용기는 물론이고 활력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누구나 그렇듯 직장에서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일들도 버거울 만큼 많았다.


'이런저런 삶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와중에 접한 맨발 걷기


참으로 감사하다.

고맙기 그지없다.


맨발 걷기는  

나를 조금 더 강건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인도했다.


이제는 삶의 패던, 즉 습관이 되었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삶의 일상이 되었다.


담배와 술을 즐기던 젊은 날처럼 

맨발 걷기를 하지 않고 날이 저물면, '어서 맨발 해야지!'라는 생각이 강하게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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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생각과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어디에서든 맨발을 즐길 수 있다.'


내가 경험한 예다.

어느 날 교육청에서 주관한 회의에 참석했다.

장소는 역 근처다. 


학교에서 출발하여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조금 걷고 들어가자'라는 생각과 함께 주변을 둘러본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흙길로 조성된 산책로가 있다.

제법 잘 자란 조경수들 사이에서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걸었다.


갑자기 떠오른다.

'흙 묻은 발은 어쩌지?'


가방에 넣어둔 물병이 생각났다.

발을 씻고 복장을 다잡는 데는 500미리 정도의 물이면 충분했다.


이처럼 시간이 허락되고 관심만 있다면

맨발 걷기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고,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주말마다 방문하는 어머니 댁에서도

근처인 약산에 올라 맨발 걷기를 한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이후 두어 달까지만 해도 발바닥이 조금 아팠기 때문에

뛸 생각은 엄두를 못 냈다.


산자락에 가는 것도 주저했다.

'나뭇가지나 가시에 찔리면 어쩌지?'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주저함과 두려움도 극복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맨발 뛰기가 가능하고 백운산도 맨발로 오른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양말을 벗고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나름대로 기준을 정했다.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눈이 쌓이면 맨발 걷기를 하지 말자'


신발을 등산 가방에 넣는 경우가 많다 보니

큰 비닐봉지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19시부터 학교 운동장으로 나섰다. 

가만가만 걷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추위가 스며들기에 자연스럽게 뜀박질을 한다.

 

영하의 날씨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기분으로 

한 시간을 천천천 뛰었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맨발 걷기의 가장 큰 강점은 흙을 직접 밟는 시간 그 자체다.

 

그러나 이렇게 날이 추운 날의 흙 길은 발바닥이 따가울 정도로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뜀박질을 한다.


개인마다 상황과 처지에 맞게 즐기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맨발 걷기 6개월의 성과가 너무도 크고 기쁘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어떤 변화가 기다릴까....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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