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현관을 나선다.
걸어서 출근이다.
이런!
이미 발목까지 쌓였는데
눈이 또 내리고 있다.
순창 복흥에서 보았던 어릴 적 풍경이
갑자기 떠오른다.
어느 날 아침
초가집 마당에서 신작로까지
온통 하얗다.
왜곡된 기억일지도....
초1이던 1975년의 나는
추위를 많이 탔고,
개구쟁이였다.
눈이 가득한 십 리 길
어린이에게는 아주 먼 통학이었다.
6학년 겨울부터는
땔감 나무를 찾아
겨울 산에 다녔다.
지게질도 그때쯤
시작했다.
누군가 시켜서
그리한 것은 아니다.
촌 동네에 살던 우리는
지게질이나 땔감 모으는 작업들이
겨울철 놀이였다.
한편으로는
어린 마음에 이런 것도 효도라 생각했다.
전적으로
스스로 한 행동이었다.
초등학생이던 겨울의 눈은
어찌 그리 많이도 내렸던지.....
무르팍까지 빠지곤 했다.
눈 오는 날이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산속에 사는 토끼나 노루 발목이
눈에 묻혀
거동하지 못하리란 짐작으로
동네 친구들과
온 산을 쏘다닌 적도 있었다.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도시민인 나에게는
아직까지 함께하는 추억이다.
오늘도
새벽을 걸어 학교에 도착했다.
지나온 내 발자국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마주하면서
괜스레 마음이 설레었다.
웬 설렘?
하얀 눈과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