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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Jan 26. 2023

하얀 눈에 설레는 마음은....

아침 7시 현관을 나선다.

걸어서 출근이다.

이런! 

이미 발목까지 쌓였는데

눈이 또 내리고 있다.

순창 복흥에서 보았던 어릴 적 풍경이

갑자기 떠오른다.

어느 날 아침

초가집 마당에서 신작로까지

온통 하얗다.

왜곡된 기억일지도....

초1이던 1975년의 나는 

추위를 많이 탔고, 

개구쟁이였다.

눈이 가득한 십 리 길

어린이에게는 아주 먼 통학이었다.

6학년 겨울부터는

땔감 나무를 찾아

겨울 산에 다녔다.

지게질도 그때쯤

시작했다. 

누군가 시켜서 

그리한 것은 아니다.

촌 동네에 살던 우리는

지게질이나 땔감 모으는 작업들이

겨울철 놀이였다.

한편으로는

어린 마음에 이런 것도 효도라 생각했다.

전적으로 

스스로 한 행동이었다.

초등학생이던 겨울의 눈은

어찌 그리 많이도 내렸던지.....

무르팍까지 빠지곤 했다.

눈 오는 날이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산속에 사는 토끼나 노루 발목이

눈에 묻혀 

거동하지 못하리란 짐작으로

동네 친구들과

온 산을 쏘다닌 적도 있었다.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도시민인 나에게는

아직까지 함께하는 추억이다.

오늘도

새벽을 걸어 학교에 도착했다.

지나온 내 발자국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마주하면서

괜스레 마음이 설레었다.

웬 설렘?

하얀 눈과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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