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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Jan 30. 2023

성공하는 주무관 되기

차      례     

프롤로그

  이 책을 왜 쓰는가? 8     


1부 함께     

  신기루 같았던 사무관, 그놈이 되고 보니! 13

  존중받으려면 먼저 인사해라 22

  유연성, 불변의 논리란 없다 28

  직원과 잘 어우러져야 출세한다 38

  어려운 처신, 그 정답은? 44

  실수를 줄이려면? 50

  보고도 문서도 신속, 간단, 정확해야! 56   

       

2부 걸어요

  3진 아웃, 그 수렁에 빠진 나 64

  나의 주문,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72

  한계와 도전, 세 번의 마라톤 완주 82

  줄기찬 공부, 왜? 88                              

  위험천만한 술자리, 초연하라 94

  성인병은 내 인생의 동반자 102         

 

3부 희망이 보이네요     

  부활, 9회 말 2사 투 쓰리 풀카운트에서 112

  전·입학 청탁 근절 124

  나는 사측 간사, 최후의 연결통로였다 130

  ‘우리만은 안 된다’라던 치열한 논쟁과 조정 136

  NO! 말로만 교육 가족, 진심은 통한다 142

  개원 15년 만에 처음으로 152

  업무혁신으로 자존감의 유지 160

  업무 말고 뭘 또 하라고? 168          


에필로그

  나는 성공한 주무관인가? 176         




                                                                                                                   

 <석양>

                                           조희정     

  바닷가 옆길에서

  잠시

  멈추어 바라봅니다.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어둠을 이긴 내일     

  미처 이루지 못한 소망들이

  좀 더

  다가서 있기를.


  우리

  함께 걸어요.

  가다 보면 희망도 보이겠지요.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을 왜 쓰는가?)     


  저자는 현재 인천의 일반고등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한다. 25년간 수행한 교육행정 분야에서 직접 겪고, 보고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이 책을 엮었다.


  특히 다년간 교육청 주무관으로 이 부서, 저 부서에서 만났던 직원들, 그가 이루어낸 개선과 혁신, 힘겨운 나날을 이겨내려는 몸부림, 동료들과 함께했던 업무성과 등을 아우른다.


  성공하는 주무관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이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러함에도 이 책을 집필하는 목적은, 주무관으로 근무한 긴 세월, 저자가 가고자 했던 길은 오직 희망의 길이었음을 밝히는 것이다.


  세 번의 승진 시험에 실패하여 좌절과 고통에 빠진 시간조차도 주어진 여건에 직면했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평범한 공무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보는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삶의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신기루 같던 사무관, 그놈이 되고 보니!)

  

  권위는 필요 없다. 책상 명패가 없는 인천의 제1호 교육행정 사무관이 되었다. 공무원 초창기부터 사무관과 함께 울고 웃으며, 빠르게 사무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뒤늦은 승진, 되고 보니 문제가 또 보인다. 어째야 할까?             

                                                               

  2022. 1. 1. 지방 교육 행정사무관 승진발령을 받았다. 발령이 나자 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 “실장님, 명패를 어떻게 해드릴까요”


  명패?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간 보아온 행정실장들의 명패들이 불현듯 스쳤다. 시꺼먼 바탕에 하얀 글씨로 묵직하게 새겼던 ‘지방 교육 행정사무관 아무개’, 투명한 크리스털에 검정 글씨로 새겨진 ‘행정실장 사무관 아무개’, 그런 기억들이 스치면서 대답을 이어갔다.


  “명패 필요 없습니다. 직원들과 같은 형태로 행정실장 조희정이라고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명패 없는 제1호 행정실장이 되었다.     

  지방 교육 행정사무관은 본청에서는 팀장, 교육지원청 과장, 고등학교의 행정실장을 수행하는 공무원이다. 교육지원청 9급 시보 발령을 받아 공직 생활을 시작한 나는 사무관이라는 직급이 매우 높고 크게 느껴졌다.


  공무원 총 경력 25년 중 20년을 학교와 사업소가 아닌 교육청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보니 팀장, 과장의 직책을 수행하는 사무관들과 대면할 기회가 많았다. 그분들의 영향으로 사무관이 되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했다.


  동기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로 공직에 들어오다 보니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조금 더 빨리 사무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본청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업소와 학교의 짧은 경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생활을 본청에서 이어갔다.


  오랜 기간 여러 번에 걸친 사무관이라는 직급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대하면서 다소 혼란스러웠다. 직근 상관인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직급이 높다고 부하직원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되나?


  진보적이면서 빠릿빠릿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사무관에 임관하고 나면 왜 보수적으로 변하지?


  마음이 가까웠던 동료들도 사무관이라는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왜 대하기 어렵게 변해갈까, 답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한 8급 때 일이다. 학생수용계획과 관련하여 인천의 소래포구 인근 개발사업 협의를 담당했는데, 어느 날인가 지역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이제야 공직 3년 차라서 별다른 고민 없이 결재권자들에게 보고했다. 당일 아침 팀장님과 과장님은 출장이다. 계획을 한 것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담당자인 나만 사무실에 남아 있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인터뷰에 응해야 했다.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이런저런 답변을 했다. 오후가 되어 귀청한 팀장님과 과장님에게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조 주무관, 수고했어요’ 이 한마디로 지나쳤다.


  인터뷰 내용은 2주쯤 지나고 난 어느 날 아침 방영되었다.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전달했다. “교육청에서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이유로 개발업자의 사업 자체를 무산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 한마디였다.


  앞뒤 맥락 없이 이 말만 들을 일반 시청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담당 공무원은 돈 많은 재벌 사업자를 도와주는 놈, 무사안일한 놈, 복지부동한 놈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나는 상급자들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찮은 8급 공무원이라서 이렇게 가볍게 취급받는 것인가? 이후에도 과장님이었던 사무관은 그날의 인터뷰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다가서기 어려웠던 사무관은 그뿐이 아니었다. 6급으로서 본청에서 학생 배치업무를 담당한 시절,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연구용역 발주가 있었다. 연구용역 추진계획 수립, 입찰공고, 제안서 접수, 평가, 가격입찰 순으로 진행되는 업무였다.


  제안서 평가와 관련하여 연구용역 담당자에게 전화했는데, 마침 부재중이라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빠른 업무추진을 도모하고자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가 기준에 대해 여쭈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사무관인 그 팀장님의 제1설은 기가 막혔다. “주무관이 다른 부서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용건을 묻는 게 맞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언제부터 사무관이었다고, 직원이 사무관에게 전화도 못 할 정도로 높은 사람이란 말인가? 죄송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고, 당시 우리 팀장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이런 경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거참!, 거참!” 탄식만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2010년 이후 3년 3개월 동안 고등학교 학생 배치업무를 담당했고, 사무관 세 명과 근무했다. 그들 중 1명은 4급 서기관으로 승진 후 퇴직했다.


  현재까지 2명은 승승장구 중이다. 한 분은 2022년 3급으로 승진하여 연말에 퇴직 예정이다. 다른 한 분은 현재 도서관장(4급)으로 근무 중이다. 아마 3급 기관장을 다년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함께 근무했던 사무관들은 성격이나 업무능력, 특히 조직 내외에서의 인간관계가 모두 탁월한 분들이라고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승진에 승진을 거듭했다. 이런 분들과 생활하다 보니 나도 빨리 사무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사무관, 그놈은 신기루였다. 잠시 보이는 듯했지만 결단코 원하던 시기에 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좀 더 빠르게 그 곁에 다가서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공직 25년 만에 이르렀다.


  수년간의 고군분투가 있었고, 끝없는 인내력을 요구한 매우 어려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놈은 나에게로 왔다.


  6급으로 본청에서 고군분투한 기간만 11년, 온갖 사건 사고와 대가를 다 치르고 장렬하게 전사한 장병처럼 내 몸과 마음이 쓰러지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사무관에 임용되었다.      


  그놈이 내게 온 지 9개월, 이제 만족스러운가?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세 번의 시험 실패로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신기루가 되기 직전이던 사무관, 가까스로 부여잡은 사무관, 이제야 되었다. 정말 좋은 일인가?


  연봉이 조금 올랐고, 사무실에 출근할 때 편안했다. 명함에 인천모모고등학교 지방 교육 행정사무관이라고 새겼다.


  가슴 한쪽에 무엇인지 모를 응어리가 뭉쳐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진 듯한 기분이다.     

 

  사무관 시험에 통과하고 나면 이어서 승진자 연수를 받는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임용 예정인 3백여 명의 임용후보자가 함께했다.


  교육과정 자제는 나무랄 수 없을 만큼 3주에 걸쳐 잘 짜여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청하여 여러 가지 중간관리자로서 소양을 쌓고 토론과 협의 시간도 여러 번이다.


  그러면서 상당 시간 사무관 선배들이 출연한다. “승진을 축하한다. 사무관에 임용되고 조금 견디면 서기관도 되고 부이사관도 된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여기까지 도달했다. 관리자로서 가져야 할 교양이나 정신은 이런 것이다” 등등 훌륭한 선배 사무관들이 다양한 조언을 해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무관에 임용되면 왜 보수화되고 권위적인 사람이 될까? 물음이 풀리는 순간이다. 이 승진자 연수가 주범이었다. 오랜 시간 준비했고, 여러 노력 끝에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되어 기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승진으로 중간관리자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관리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과정 전반에 흐르고 있었다.


  즉, 하급자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것인지 일종의 통치 기술을 알려주는 교육이었다.


  해방 이후 50년 이상을 한쪽 편의 관점에서 이 사회를 이끌어왔다. 그들의 통치 기술이 공무원 교육과정 전체에 뿌리를 내렸고, 전통을 이어온 결과라고 보인다.


  이러한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한 편의 시각에 매몰되고, 권위가 중요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나는 주장한다. 현재의 사무관 승진자 교육과정 자체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 조직이 변해 갈 수 있다.     


  공무원으로서 첫 임명장을 받을 때 누구든 선서한다. “나는 국민의 봉사자다”라고. 사무관에 임용되면 국가와 국민 사이에서 봉사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그러한 기억을 다시 상기시켜야 한다.


  특히 중간관리자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정책 입안과 사업 추진, 예산집행 등을 할 수 있도록 뒤를 받쳐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향후 서기관이 되고, 부이사관이 되는 새로운 길목에 들어서면서 상급자의 말을 잘 듣는 수동적 사무관을 양성하는 교육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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