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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Jan 25. 2023

동병상련, 고입 문제로 울먹이는 엄마를 보내며....

위 사진은 3년 전쯤 제주도 가족 여행 중에 찍은 두 아들의 모습이다.


자녀는 행복의 원천이다.

그러나 때로는 원수 같다.


이러한 감정은 모든 부모의 공통적인 심정이 아닐까?


나흘간의 다소 긴 구정 연휴를 마치고 출근하였다.

기온이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날이다.


그래서일까? 교장, 교감도 모처럼 일찍부터 출근하셨다.


교원들은 방학 중에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재택 연수를 한다.

그래서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연말정산 마감이라 겸사겸사해서 나오셨다고 한다.


명절 인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담소 중 교감이 핸드폰 통화를 하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다.


통화 후 교감이 말씀하셨다.

"교육청 입학담당 장학사인데, 어느 학부모님의 민원 전화가 있었답니다. 

신입생 모집에 대한 내용이고, 

시내 특성화고등학교 추가모집에서 탈락한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냐라고 물어온 내용입니다"


자녀가 인천 시내의 특성화고등학교 추가 모집에 응시하였는데, 그만 탈락했다는 것이다.  

인천 영종 고등학교는 학교장이 입학 전형을 실시하는 특수지 학교이므로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교육청은 안내했단다.


"학교장 추가 모집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학교에 규정이 있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며 교감에게 물었다.


나는 2010년에 교육청 중등교육과에서 전입학 배정 업무를 담당했었다.

그런 연유로 고입 절차 등에 대해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편이다.

 

교감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추가 모집 일정 이후, 다시 학생을 입학시킬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결론적으로, 입학 전형이 모두 종료되어 입학생을 다시 한번 추가로 모집할 근거가 없다.


교장 선생님도 의견을 주신다.

"현실적으로 추가 모집 이후에는 공사립 어떤 학교도 입학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오후 들어서서, 학부모 한 분이 교장 면담을 신청하러 오셨다.

입구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말씀하시는 모습이 짠해 보인다.


창구 직원과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분이다.

아침나절에 교장, 교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학생의 어머니였다.


들은 내용을 안내하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다.


"교장, 교감 선생님은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근거하여 겨울방학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으시고, 자택 연수 중입니다. 

전하실 말씀이 있으면 교무실로 연락하면 아마 전달이 될 것입니다. 


학생의 추가 입학 문제는 학교에 관련 규정이나 근거가 없어서 불가능한 상황이며, 

대안학교 등에 입학한 후, 전학을 오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교장이 허락해 주면 된다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요"


"교장, 교감도 저처럼 공무원입니다. 

법령에 규정이 없는 행정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추가로 학생을 받으라는 이야기는 법령을 어기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제가 언제 법령을 어기라고 말씀드렸습니까, 

집에서 어제부터 울다가 그래도 교장 선생님을 뵈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온 것입니다"


아차 싶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로 학부모님을 자극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씀을 잘못 드렸습니다. 

저도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입니다. 


사실 추가 입학 문제는 교무실에서 상담할 내용입니다. 

다만, 저는 아침에 들은 내용이 있어서 같은 학부모 입장에서 교장 교감이 안 계시니, 

어머니께 안내드린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거듭 사과를 드렸다.

내 말에 어정쩡한 태도로 잠깐 계시다가 돌아 가시는 모습이 애처롭다.   



필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다행히 큰 녀석은 별 탈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 국가 자격시험공부를 3년째 하는 중이다.


언제나 시험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연휴가 끝난 오늘 아침에도 공부방에서 밤을 지새운 아들을 보았다.


녀석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혼자서 되뇌었다.

'나는 부모로서 내 아이들을 끝까지 믿어주고, 언제나 지지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둘째 아들은 7월이면  만 나이 스물네 살이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다.


싱어송 라이트로서 멜론 등에 음원 열네 개를 가지고 있다.

고3 때부터 시작한 음악이다.


열여덟 살에 시작했으니 무려 6년이 되어간다.

전문대학에 입학했으나, 딱 한 학기를 마치고 그만두었다.


두 번째 학기부터 휴학을 거듭하다가 최대 허용 기간인 4년이 지났고, 마침내 재적을 당했다.

대학교 중퇴자가 된 것이다.


그러함에도 우리 작은 아이의 선택을 믿어주고, 지지하자는 마음은 큰 애와 다름없다.

그러나 부모로서 아이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하는 마음까지 비워내기는 버겁다.


고입 문제로 학교를 찾아온 어머니를 좀 더 살갑게 대하면서

위로의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뒤늦은 생각이 퇴근 시간을 넘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자녀를 둔 이 시대의 부모들은 

모두가 죄인 아닌 죄인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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