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희정 Jan 23. 2023

설날 더 작아지는 남자


설 명절이다.

2023년 1월 21부터 나흘간 연휴다.


직장인의 명절은 쉴 수 있어 좋다.



일요일 아침, 옆 동네 옥탑방에 따로 사는 작은아들을 데려와

차례를 지냈다.


둘째는 싱어송 라이트다

멜론이나 유튜브에서 lushh로 활동 중이다.

 

설이 되어 나이를 더 먹으니

그만큼 걱정이 느는 것 같다.


큰 아들의 시험이....

작은 아들의 음악이....

나의 퇴직 준비들이....


2023년 계묘년에는 감사하고 고마운 일들이

우리 가족에게 듬뿍듬뿍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설날의 의미는 무엇일까?


농경 사회에 존재했던 조상님들은

눈 내리는 혹한의 겨울일지라도....


음력으로 한 해의 시작인 1월 1일

저마다의 소망을 차례상에 가득가득 담았을 것이다.


21세기 도시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설은

가족과 한자리에 모여

평소 잘 먹지 않던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날이다.


어머니가 형과 함께 우리 집을 방문하는 날,

가장 큰 의미인 듯하다.


어머니 연세 78세까지 본가에서 차례를 지냈다.


그러나 어느 날, 

힘이 달려 더 이상 차례상을 준비할 수 없다는 선언이 계셨다.


혼자인 형 대신에 아버지 제사를 포함한 모든 행사는 

자연스럽게 내 차지가 되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음식 준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와이프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무엇이 되었건 부인을 도와야 한다.

적극적인 자세로.


한마디 불평불만 없이 어머니 제안을 받아준 와이프다.

이런 날은 내가 조금 더 움직이자고 다짐한다.


매사에 열심인 나를

가끔은 지겹다고 하는 와이프이다.


명절 시즌 내내 설치는 내 모습에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그래서 나는 설날이나 추석, 특히 제삿날은

마음이 다소 쪼그라들지만, 

몸뚱이는 활기 넘치는 남자가 된다.


이날 새벽에도 일어나자마자 

찍찍이와 물휴지로 거실부터 닦아냈다.

 

이어 설거지와 함께 차례상을 꺼내고....

상차림 준비를 도왔다.


와이프와 함께 부산하게 움직인 결과, 

8시 조금 넘어 차례 준비가 끝났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명절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이날 저녁에는 큰 아들이 

모닝 빵을 만든다고 이것저것 찾아 

쿵쾅거리더니....


짜잔.... 

진짜 빵이 탄생했다.


보기도 좋지만 맛도 일품이다.

이래저래 명절답다.

작가의 이전글 겨울방학 중인 학교, 공사는 빨리 추진해야 하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