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경력 26년이 넘어간다.
1997년 3월에 입사했으니, 올해 3월이면 그렇게 되어간다.
현직에 있는 내가 느끼는 공무원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물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입장이다.
경제적 측면, 공무원으로서의 삶, 자아실현 등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먼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불만족스럽다.
경제적인 면은 봉급, 연금, 신분보장 등으로 대변할 수 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닌 후, 결혼과 함께 인천으로 옮겨와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와이프나 나나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간 우리 집의 주 수입원은 내 봉급이었다.
박봉의 급여로 가까스로 지탱해 온 26년이다.
두 명의 자녀 양육과 학비, 우리 가족의 자존감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출(?)로 비교적 근면한 생활을 해왔으나
현재 남은 것은 거액의 빚밖에 없다.
퇴직을 4년 정도 남기고 있지만,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퇴직과 함께 집을 팔고 대출금을 정리해야 가까스로 연금 생활이 가능할 듯하다.
이러한 이유로 봉급은 만족할 수 없다.
연금이나 신분보장은 대체로 만족한다.
두 번째, 공무원으로 살아온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선, 교육청 업무를 오랜 기간 수행하면서 이루어낸 성과는 여럿이다.
직접 신설하거나 개선한 제도와 기준들이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 적용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자면, 교육청 홈페이지 전 입학업무 메뉴에서 보이는 '학교 결원 안내'의 학교별 여유 정원이다.
이 밖에도 10여 년 가까이 담당했던 학생 배치 업무도 내가 개선하거나 구축한 기준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에 수행한 교직원 수련원의 운영에 필요한 사안들, 산업안전보건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동기들보다 조금 일찍 부여받은 승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후 계속 주어진 세 번의 승진 기회를 날렸다
시험마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코 가지 말아야 할 길, 3진 아웃이라는 늪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깊은 좌절과 고독 속에 갇힌 세월이 10년이다.
다행스럽게도 작년에 승진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상당 기간 지속된 스트레스와 수험 준비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황폐해졌다.
그 결과, 성인병 세 세트(고혈압, 고지혈, 당뇨)가 모두 찾아왔다.
이런 이유로 나는 만족스러울 수 없는 공무원의 삶을 가졌다.
어떤 면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교육청 근무는 일정 수준의 희생과 보상이 따랐다.
그러함에도 사무관 승진 시험에서 고배를 마심으로써 그나마 가졌던 자존감이 추락해 버렸다.
내 삶이 공무원으로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승진을 위한 제도와 인사 시스템이다.
그간 승진 제도는 세 번이나 변해왔다.
필기시험, 역량평가, 실적 중심 평가 등이다.
내가 최종 합격한 제도는 실적 중심 평가다.
이 세 가지 제도의 중심에는 근평이 있다.
필기시험이나 역량평가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실적 중심 평가에서는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승진 점수 100점 만점 중 40점을 차지한다.
그래서 근평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교육청은 근평에 기초하여 승진서열명부를 6개월마다 발표한다.
그런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
왜? 혹은 어찌하여 내 서열이 앞으로 가는지, 또는 뒤로 가야 하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특별한 경우, 인사담당자가 설명을 한다.
"기존 좋았던 점수가 빠져서 등수가 뒤로 밀렸다, 앞으로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라는 식이다.
교육청은 그 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못하여 감사관의 지적과 처벌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수년 전에는 서열명부 조작이라는 이유로 강등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인사 업무 결재라인의 성향이나 기호에 따라서 서열이 뒤섞이다 못해 범벅이 된다.
총무과장, 국장, 부교육감 등이 교육감과 협의하여 결정할 것으로 예상해 보지만, 그마저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인천에는 3만 명이 넘는 교직원(실무사 등은 제외한 숫자)이 있다.
교육감이 그중 3천 명 정도 되는 일반 직원을 어떻게 파악하여 서열을 매길 수 있단 말인가?
이 점을 고려해 보면, 그들은 말 그대로 한 두 번의 협의와 보고를 통해서
공무원 개인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결재라인 간부와 같이 근무했거나 선호하는 누군가는 승진 기회를 빠르게 잡고, 이루어 낸다.
또 누군가는 일면식과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을 기다려도 승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인사라인 누구도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관심도 없다.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근평으로 서열을 조정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직원을 배려해 주기에 딱 좋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서열명부는 근평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근평은 하급 직원들을 통제해 나가는 막강한 권력이다.
권력자의 편에서 보면, 이만큼 좋은 제도가 없는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 마련을 위해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일반직도 21세기에 맞는 투명한 승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사 개혁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한두 가지 제안을 해본다.
서열명부에 적용되는 기간을 10년 정도로 대폭 확장해야 한다.
현재는 최근 3년간의 근평 점수와 경력점수를 환산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청 주요 부서에서 2~3년 근무하면, 승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실제 그러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고,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많다.
또한, 근무한 기관이나 부서, 담당업무나 성과 등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점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본청 학교설립과에서 2년을 근무하면 6개월당 0.5점을 적용하여 2점을 부여받는 것이다.
한 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다고 해도, 승진에 필요한 요건이 완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업무와 부서별 특성을 고려하여 그룹화하고, 최소 2개 그룹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승진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것이다.
(예시: 학교, 사업소, 교육지원청, 본청 등 4개의 대그룹으로 구분, 대그룹별 최대 부여 점수 차등 적용, 그룹 내에서도 세부 기준 작성)
이런 기준은 업무의 난이도, 성과 창출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설문조사, 연구 용역 등을 통하여 각계각층 인사,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어떤 부분들은 교사들의 교감 승진 시스템을 참고하면 좋겠다.
세 번째는 자아실현 차원이다.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행복한 삶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여러 차례 했었다.
단편적인 기준에 의해서는 판단이 불가능했다.
직장에서 만족스러운 제도를 한두 개 만들었다고, 그것으로만 내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부와 취미활동을 생각했다.
방송대를 통한 두 번의 대학교 진학과 졸업이 이어졌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대학원 공부도 마쳤다.
공무원의 삶은 시간이 많이 남는 편이다.
또한, 근무지를 2년 주기로 옮긴다.
이러한 상황을 100% 활용하자는 생각을 실천해 왔다.
섬에 근무할 때는 그곳에서 달리기, 등산, 낚시, 천렵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디에 근무하던 주말에는 취미 활동을 위해 공을 들였다.
자전거 타기, 백두대간 종주, 마라톤 등으로 체력을 다져왔다.
누구나 행복을 말할 때 가족과 건강을 제외할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함께 한 공연 관람과 여행, 규칙적인 생활 리듬 유지 등이 중요했다.
또한 현재는 건강 유지를 위하여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모두 자아실현을 통한 행복한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자아실현 활동은 비교적 만족스럽다.
나는 이렇듯 크게 세 분야 중 두 개의 영역에서 불만족스러운 공무원의 삶을 살았고, 살아가고 있다.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퇴직 이후에는 삶의 양상을 완전히 뒤집을 예정이다.
오직 행복한 내가 되는 길을 찾고 싶다.
공직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지는 날
내 생각대로 내 삶을 펼치며 생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최근 들어 생각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점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능력의 확보이다.
거기다가 글쓰기를 계속하여 다량의 출판물을 가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다소 불편했던 공무원 생활을 4년 뒤면 접는다.
새로운 출발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시간을 아끼며, 차분하게 준비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