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텃밭이다.
비가 내리니
야채들이 더욱 푸르러 보인다.
작년에는 구경만 했지만
올해는 텃밭을 분양받아
여러 놈을 심었다.
태생이 농부의 자식이라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말농장이다.
순창 복흥 산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하교 후에는
소가 먹을 풀을 베거나
논과 밭에서 거의 매일 일손을 도와야 했다.
당시 내 친구들은 대부분 그랬다.
전북에서 경북까지
유학을 간 덕분으로
해방을 맞이한 시골 생활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
성인이 되면서
고단했던 기억 때문에
농사는 절대 짓지 않으리라 여러 번 다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정서교육에 도움이 될 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주말농장을 십수 년 간 지속했다.
서도고 근무 때는
관사 앞 실습 부지에
감자와 고구마까지
꽤 많이 심기도 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관심을 아예 버린 주말농장.
5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
흙과 함께 시간을 소일해 보려고 다시 시작한다.
비 오는 날
한참을 들여다보니
이놈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려 한다.
반가워요.
고마워요.
생기가
솟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