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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Apr 15. 2023

학교 텃밭, 요놈들이 말을 거네요

학교 텃밭이다.


비가 내리니

야채들이 더욱 푸르러 보인다.


작년에는 구경만 했지만

올해는 텃밭을 분양받아

여러 놈을 심었다.


태생이 농부의 자식이라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말농장이다.


순창 복흥 산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하교 후에는 

소가 먹을 풀을 베거나

논과 밭에서 거의 매일 일손을 도와야 했다.


당시 내 친구들은 대부분 그랬다.


전북에서 경북까지

유학을 간 덕분으로

해방을 맞이한 시골 생활

기억이 오래도록 남았다.


성인이 되면서

고단했던 기억 때문에

농사는 절대 짓지 않으리라 여러 번 다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정서교육에 도움이 될 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주말농장을 십수 년 간 지속했다.


서도고 근무 때는

관사 앞 실습 부지에

감자와 고구마까지 

꽤 많이 심기도 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관심을 아예 버린 주말농장.


5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

흙과 함께 시간을 소일해 보려고 다시 시작한다.


비 오는 날 

한참을 들여다보니

이놈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려 한다.


반가워요.

고마워요.


생기가 

솟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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