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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Apr 12. 2023

부모 된 자의 마음은 다 이럴까?

집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샤워하다가 넘어졌다.

처음엔 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런가 보다 하며, 

아이 엄마가 살짝 들여다보기만 했다. 


다 큰 사내아이이고....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며....


그런데, 잠시 후 이어서 다시 한번 

쾅! 소리가 욕실에서 들려왔다.


침대에 누워있던 내가 달려갔다.


들여다보니 아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뒷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샤워 후, 물기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상태다.


너무 놀랐다. 

그러나 아빠인 나는 

초연할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머리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정신도 가물거리는 듯하다.


아이를 변기에 간신히 앉히고

수건으로 물기와 코피를 닦아냈다.


여기저기 살펴보고.... 

말을 계속 시킨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

순간 119를 불러야 하나 망설여진다.


1~2분이 지났다.

아이가 정신을 놓지 않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침대로 부축했다.


침대로 향하면서 아이 엄마도 달려오고....

심각한 사태에 무거운 적막감도 몰려온다.


다행이다.

아이가 침대에 누우면서 괜찮다고 한다.


진짜 괜찮을지 노심초사

밤새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친구 만나러 시내에 나갔다가 술을 이기지 못해 쓰러진 아이를

밤 12시에 데려온 적도 있다.


체력이 엉망인 게 분명하다.


홀로 집에서 변리사 공부에 매달린 지 3년이 돼가는 큰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하다.


아이의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나름대로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는데....


심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어떤 말도 하지 않으려고 작정했고, 최근까지 실행해 왔다.


술 먹고 쓰러진 아이를 픽업한 이후,

공부를 하던지, 놀든지 간에

'밤을 새우지 말라'라고 주문했다.


거의 24시간을 자고

24시간을 공부하는 패턴이다 보니

너무 생소하다.


혹여 건강이라도 잃을까 봐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그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문자 메시지로 부탁했다.


물론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말투로 

내 생각임을 전제했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 최근에는 밤을 새우지 않고 있다.


아이에게 변리사 공부를 제안한 아비로서

심경이 어지럽다.


아이가 군에 복무하는 동안 제안했으나 

복학 후 한 학기를 보내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그러던 중, 어젯밤에 또다시 

부모로서 이만저만이 아닌 걱정되는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새벽에 멀쩡하게 일어나서 걸어 나온 아이에게

또 다른 주문을 했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공부보다 건강을 우선했으면 좋겠다.


매일 일정한 생활 패턴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


부모로서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부모에게 가장 큰 불효는 자식이 아프거나 그로 인해 잘못되는 것이다.


엄마나 아빠의 말에 관심을 가져 주길 부탁한다.

어젯밤에 엄마 아빠는 충격이 컸다' 등등.


당부의 말을 

제법 많이 쏟아냈다.


아이의  반응은 시원찮다.


'일시적인 저혈압 쇼크고, 걱정할 일이 아니다.

본인 건강 문제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지금은 건강보다 공부가 먼저다.


체력적인 여건이나 건강 유지에 대한 생각이 아빠와 다르다.

강요하지 말아라' 등등


20대 중반을 넘긴 아들을 설득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도 아버지에게 아마도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시골에서 거의 평생을 농부로 살아오다가 

도회지로 나오신 나의 아버지,


생각해 보건데.... 이런 상황이었다면, 

나의 논리에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분명히 알겠다.


나의 아버지도 

나와 똑같은 염려와 우려를 가졌다.


20대 좌충우돌했던 나를 보면서

자식이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하셨을 것이다.


아이에게 다행이라 생각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대들듯 답변했지만

오늘부터는 내 말을 따를 것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 행동해 온 바에 의하면 그렇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걸음마를 갓 떼었던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듯하다.


어젯밤을 거의 새면서

간절히 기도했다.


아이가 미래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모두 이겨내고

무사히 완주하기를.... 


나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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