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득 해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난 이백의 산중문답을 읽어봅니다.
山中問答 - 李白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산에서 묻고 답하다 - 이백
묻노니,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으며 답하지 않으니 마음은 저절로 한가롭네.
복숭아꽃이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니,
이곳은 인간 세계가 아닌 별천지라네.
시를 읽고 있으면 비록 도시의 빌딩 사이에 앉아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어느 산골 마을에 가보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편안함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요? 유유자적한 삶을 기원하는 정서의 반영일까요?
오랜 시간 동안 이 시가 애송되어 온 것을 보면 우리네 마음은 다 비슷한 것인가 봅니다. 그 옛날에 살았건 지금에 살고 있건 말이죠. 그런데 도시의 빌딩 숲에 살면서도 산중에서의 편안함이 가능할까요? 얼마 전에 보고 온 복숭아꽃을 다시 보며 도심에서 스스로 문답을 해봅니다.
산 아래의 복숭아밭이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맑은 하늘에는 흰 구름이 흩어지고 복숭아나무 사이로 산들바람이 불어옵니다. 자유롭게 뻗어 난 가지마다 가득한 꽃봉오리는 꽃으로 피어나며 맑은 향기를 날리고 있네요. 활짝 핀 꽃들 사이로 벌들은 바쁘게 움직입니다.
가지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은 춤을 추고 노래도 합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 몇 장이 날아와 살며시 머리에 떨어집니다. 얼굴을 간질이는 산들바람과 꽃잎을 맞으며 지금 거기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생각하기에 따라 도심에서도 마음이 한가로워질 수 있겠습니다. 다만 별천지인가 하는 것은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그런데 꽃이 활짝 핀 복숭아나무 밑에서는 술을 마셔야 할까요? 아니면 차를 마셔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