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꽃과 열매들

by 블루윈드

비록 햇살이 조금씩 뜨거워지지만 초록이 가득한 산책길에는 아침의 신선함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아침의 연못가에는 담쟁이덩굴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연두색의 작은 새순이 맑게 돋아나고 있습니다.


짙어져만 가는 초록의 잎 사이로 햇살이 내려와 빛과 그림자가 뒤섞인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햇빛은 아직 꽃잎을 달고 있는 화살나무의 열매에도 내려앉는군요. 잠시 잠시 바람이 불어오니 시원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점점 커가며 둥글어지는 쪽동백나무의 열매는 조용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네요. 잠시 동안 기다리며 하늘거리는 초록의 열매들을 바라봅니다.


문득 지난번에 꽃봉오리가 커지던 꼬리조팝나무가 생각나니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멀리 강렬한 햇살을 가득 받으며 서있는 단풍나무의 그늘 아래 분홍빛 꽃이 보이네요.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이리저리 들여다봅니다. 진한 분홍빛의 꽃들이 한가득 피었네요. 활짝 피어있는 꽃에서는 긴 꽃술들이 터져 나오는 듯도 하고요.


어느 커다란 꼬리조팝나무의 꽃은 파란 하늘 아래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왠지 그녀들의 화사한 미소와 향기는 바람에 날려 구름 속으로 흩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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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박하의 꽃도 피어나네요. 연한 보랏빛이 감도는 박하 꽃이 뜨거운 햇살도 받고 산들바람도 맞으며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왠지 씩씩한 느낌입니다. 길게 올라오는 작은 꽃봉오리들이 점점 커지며 활짝 피어나는군요. 아주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어나며 꽃다발이 되네요.


긴 꽃술들에서는 어떤 생동감도 느껴집니다. 어쩌면 뜨거운 햇살이 그녀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책자에게는 뭔가 그녀의 힘이 느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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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는 박주가리 꽃이 피어있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는 솜털이 보송보송한 꽃들이 뜨거운 햇빛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는 듯합니다.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가는 줄기의 이곳에도 저곳에도 꽃이 피어납니다. 얼굴에는 땀이 흐르지만 멋진 그녀들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게 되는군요. 코를 대보니 그녀의 진한 향기에 어찔해지는 기분입니다.


강렬한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쉬땅나무의 꽃도 더욱 씩씩해진 느낌입니다. 진줏빛 꽃봉오리와 활짝 핀 꽃들이 햇살을 받아 초록의 잎들과 강한 대조를 보여주네요. 잠시 햇살이 구름에 가리자 또 다른 우아한 미소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산책자도 그저 미소로 화답하게 됩니다.


하늘은 파랗고 흰 구름은 한가롭게 떠다닙니다. 지난봄에 꽃이 피던 소나무의 새순은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군요. 잠시 소나무 그늘에 앉아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1악장을 앨리슨 발솜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부드럽고도 힘찬 멜로디는 씩씩하게 피어나는 꽃을 닮은 듯도 하네요.


다시 안단테로 걸으며 그늘 쪽의 풀숲으로 들어가 봅니다. 진한 분홍색의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네요. 가는 줄기에 분홍색 꽃들이 모여서 피어나는 모습이 산뜻한 느낌입니다. 처음 보는 꽃인데 이름을 알아보니 끈끈이대나물이라고 합니다. 저보고 이름을 지어보라고 한다면 분홍빛 재잘거림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가까이 가보니 그녀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소리에 귀가 간질간질 해집니다. 조금 더 다가가니 분홍의 얼굴이 더욱 진해지며 활짝 웃어 오네요.


그녀들의 옆에는 붉은 백일홍이 피어납니다. 백일홍은 정말 붉네요. 혹시 백 일간 붉은 게 아니고 백 개의 태양처럼 붉다는 뜻은 아닐까요? 붉은색의 꽃잎 안에는 작은 노란색의 꽃들이 진한 금빛 화환처럼 빙 둘러 피어있네요. 작은 꽃인지 꽃술인지 분간이 안되지만 노란색과 붉은색이 정말 화려합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은 점점 많아지는 듯합니다. 멋진 디자인의 저 가로등은 햇살이 뜨겁지도 않나 봅니다. 그런데 건물 주차장에는 빨간 뉴비틀이 주차되어 있네요. 저 차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괜스레 궁금해집니다.


아직 초록이 무성한 단풍나무의 그늘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멀리 흘러가는 흰구름을 바라봅니다.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이런 기분도 좋군요. 앨리슨 발솜의 연주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도 들어야겠네요. 뭔가 씩씩한 트럼펫의 울림에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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