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는 꽃과 열매들은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고

by 블루윈드

계절을 재촉하는 듯 비가 내립니다. 어제도 비가 내렸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많은 비가 내리며 세상을 온통 적시고 있습니다. 태풍이 오고 있다는데, 생각해 보니 자연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가 봅니다. 늦여름의 열기는 벌써 사라지고 선선한 느낌이 듭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성큼 다가설 듯하네요.


빗물이 젖어있는 초록 잎과 활짝 피어있는 꽃들이 더욱 생생한 느낌입니다. 빗물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익어가는 열매들도 그렇고요. 그렇게 빗방울이 담겨있는 열매들은 빨간색 혹은 보라색으로 진해지고 있습니다. 며칠간 뜨거운 햇살을 받고 이제 비도 맞으니 꽃도 열매도 더욱 힘이 나는가 봅니다. 생명은 물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더욱 생기가 느껴지는 것일까요?


비가 와도 꽃은 피어납니다. 마치 꽃다발처럼 모여 피는 버들 마편초의 작은 꽃송이 안에는 빗물이 가득하네요. 비를 맞는 밝은 자주색 꽃은 말끔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비를 맞는 작은 꽃들이 뭔가 신이 나는 듯 살랑입니다. 비와 함께 불어오는 낮은 바람이 그녀들을 간질이고 있군요. 촉촉이 젖은 꽃들에서는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렇게 비를 맞고 바람에 흔들려도 꽃은 피어나는군요.


촉촉이 젖은 수풀에는 하얀 부추 꽃이 소담스레 피어있네요. 작은 꽃봉오리와 별처럼 핀 꽃은 왠지 작은 순수 같습니다. 옆에 있는 진한 보랏빛 블루 세이지도 흠뻑 젖어 있습니다. 하얀 두 개의 반점이 있는 꽃잎 끝에는 빗방울이 점점 커져가는군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색으로 변해가는 꿩의비름은 마치 작은 별들이 모여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별처럼 반짝이며 피어나는 분홍빛 꽃에도 연두색의 꽃봉오리에도 빗물이 가득합니다.


울타리에 초록의 줄기를 감고 올라가던 애기 나팔꽃이 활짝 피었네요. 작고 하얀 꽃잎에는 작은 빗방울이 가득한데 안쪽의 분홍색 꽃술은 살짝 고개를 들어 산책자를 바라봅니다. 초록 잎을 타고 떨어지는 빗물에 젖은 때문인지 하얀 꽃잎에는 연한 초록 색감이 배어납니다. 그래서 더욱 신비한 미소를 보여주는군요.


2-2001애기나팔꽃.jpg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낙상홍의 초록 잎에도 붉어지는 열매에도 빗물이 가득합니다. 제법 많이 붉어진 어느 열매는 자기 몸집만 한 커다란 물방울을 달고 있네요. 빗물을 담고 붉게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보석 같습니다. 초록의 열매가 점점 붉어지며 가지를 타고 천천히 굴러내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붉게 익어가는 열매들의 즐거운 울림이 느껴집니다. 가을은 이렇게 나뭇가지에서 구르듯 다가오는 것일까요?


조금씩 붉어지는 야광나무의 열매에 작은 빗방울이 반짝이며 튀어 나갑니다. 커다란 빗방울이 맺혀있는 둥근 열매의 낮은 울림도 느껴집니다. 비와 바람 그리고 열매들이 만들어내는 낮은 멜로디가 어떤 음악 같습니다. 예년에도 그랬듯이 열매들은 때를 알아 익어갑니다.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어도 서늘하게 비가 와도 그녀들은 이렇게 붉어지며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나 봅니다.


연두색 열매들이 보라색으로 변해가는 좀작살나무 들도 온통 비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길게 뻗어 나온 어느 가지 끝에는 아직 꽃이 피어있네요. 그 뒤로는 빗물이 담긴 커다란 잎과 함께 깨알 같은 연두색 열매들이 줄을 지어 다가옵니다. 천천히 색깔이 달라지는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미세한 색감의 변화는 정말 신기하네요. 어느 가지에는 연두색 열매들이 가득한데 어느 열매는 벌써 보라색으로 변했습니다. 뭔가 다들 각자의 시간과 주어진 조건이 다른 것이겠지요?


2-2002좀작살열매.jpg


열매들은 이렇게 진한 색깔로 가을을 맞이하려나 봅니다. 작은 물방울을 담고 익어가는 열매들에는 더욱 생기가 느껴집니다. 지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담고 있는 열매들은 이제 가을의 햇빛을 받으며 더욱 튼실하게 영글어 가겠지요. 왠지 산책자의 가을도 더욱 활기가 넘칠 듯합니다. 비에 젖어 익어가는 열매들을 보며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들어봅니다. 장중한 오르간 소리가 마음에 울려옵니다. 이제 계절도 이렇게 커다란 울림처럼 바뀌어 가겠네요.


이전 29화어느 늦은 여름날, 이제는 계절이 바뀌는 듯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