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열매는 익어가고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습니다. 이제 태풍이 지나갔나 봅니다. 초 대형 태풍이라더니 역시 비가 많이 내리더군요. 그런데 비가 그치고 나니 세상은 더욱 말끔해졌네요. 자연에 목적은 없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깨끗해지는군요. 그런데 이번 태풍에 익어가던 열매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조금 서둘러 산책에 나서봅니다.      

아직 태풍이 영향이 남아있는 것인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초록 잎도 익어가는 열매도 춤을 추는 듯합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듯이 평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들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 산책자의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나옵니다. 그런데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나뭇잎도 떨어져 있고 부러진 가지도 보이네요. 안타깝지만 자연의 법칙이니 나무들은 또 스스로 회복하리라 믿어봅니다.     

온몸으로 맞는 산들바람이 정말 시원합니다. 시원한 바람에 진한 초록 잎 사이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낙상홍도 상쾌한 느낌인가 봅니다. 초록 잎은 약간 파르스름해 보이기도 하는데 빗물이 마르는 빨간 열매는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태풍이 지나간 오늘 아침에 그녀들의 작은 환호를 느껴봅니다. 익어가는 모습은 계속해서 바라봐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빨간 색깔은 하루가 다르게 진해져 가네요. 빗물을 담고 있으니 더욱 그윽한 느낌마저 듭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춰오는 아침 햇살이 초록 잎과 붉은 열매에 가득합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초록 잎과 붉은 열매가 서로서로 흥을 돋우며 즐겁게 춤을 추네요. 그런데 바람은 초록 잎과 붉은 열매만이 아니고 햇살도 춤을 추게 하나 봅니다. 살랑이는 잎과 빨간 열매 위로 아침 햇빛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흩어집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가득 밀려가고 매자나무의 가지에는 잎과 열매들이 산들거립니다. 이리저리 뻗어있는 가는 가지마다 작은 열매들이 느긋하게 붉어지고 있는데 커다란 초록 잎에는 아직 빗물이 가득 고여있군요. 흔들리는 물방울과 함께 갸름한 열매들이 살랑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부드럽게 흔들거리며 태풍을 견디어 낸 듯합니다. 이제 태풍을 이겨냈으니 더욱 잘 익어가겠지요? 그런데 긴 거미줄이 보입니다. 아마 거미도 꽃과 열매가 많은 곳을 잘 알고 있나 봅니다.      

아직 초록이 가득한 잎들은 비를 맞고 나니 더욱 생기가 넘치는 듯합니다. 작은 숲 속에서는 신선한 산소가 가득한 듯도 합니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에서는 물론이고 이제 익어가려는 초록의 열매에서도 활기가 느껴집니다. 아마도 비와 햇빛 그리고 바람이 있어 더욱 그런 듯도 하네요.      

단풍나무 잎도 벌써 물들어 가려는 가 봅니다. 짙었던 색깔이 조금씩 밝아지는 초록 잎과 함께 붉어지는 잎들이 어울려 춤을 추는 듯합니다. 초록 잎도 좋고 붉어지는 잎도 예쁘네요. 머지않아 온통 불타오르듯 붉어지겠지요.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잎 너머로 흰 구름이 흩어집니다. 그런데 익어가는 야광나무 열매가 가지 위에 올라가 있고 잎새는 뒤집어져 있습니다. 밤새 불던 태풍에 꽤나 힘이 들었을 모습이 상상됩니다. 아마 그녀들도 최선을 다해 달려있었겠지요. 하지만 오늘 아침 이렇게 붉게 익어가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태풍에도 이렇게 남아 주어 더욱 예쁜 느낌입니다. 고마운 마음도 들고요. 그런데 물기가 남아있는 땅에는 아직 익지 않은 초록의 열매가 가득 떨어져 있습니다. 길가 쪽에서 곱게 익어가던 열매도 보이지 않는군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곳의 좀작살나무는 다들 무사해 보입니다. 단단해 보이는 초록 잎과 보랏빛으로 익어가는 열매에는 아직 빗물이 남아있지만 다들 씩씩해 보이는군요. 길게 늘어진 가지를 타고 잘 익은 보라색 열매들이 마치 쏟아지는 듯합니다. 빗물에 씻겨 더욱 맑은 모습인데 갸름한 모양의 초록 잎 사이에 있으니 더욱 산뜻합니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빗물이 마른 초록잎은 매끈한 느낌이 듭니다. 아직 빗물에 젖어 반짝이는 보랏빛 열매는 그저 아름답다고 할 수밖에요.     

     

주렁주렁 달린 보랏빛 열매에는 작은 물방울도 달려있습니다. 지난밤에 태풍을 견디느라 수고한 그녀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봅니다. 어쩌면 저 빗방울은 기쁨의 눈물 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열매는 어디로 가고 열매 받침만 보이기도 합니다. 때풍 때문은 아니겠지요? 아마도 이제 잘 익어 먼저 땅으로 돌아갔나 봅니다.      

어느 열매들은 지난밤의 태풍을 이기지 못해 땅에 떨어지고, 어느 열매들은 잘 견뎌내고 진하게 익어갑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부드러운 가지의 열매들이 더 잘 버텨주었네요. 역시 부드러움은 단단함 보다 더 강인한 것일까요?      

이제 태풍이 지나갔으니 다시 뜨거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겠지요. 각각의 색깔로 익어가는 열매들과 함께 이 가을은 더욱 화사해질 듯합니다. 그럴수록 우리의 마음도 깊어지게 되겠지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어봅니다.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피아노와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연주가 오늘따라 더욱 상쾌하고 힘차게 느껴집니다. 태풍을 견디어내고 각각의 색깔로 잘 익어가는 열매들과도 함께 듣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