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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Oct 21. 2022

가을을 맞이하는 열매들의 축제는 흥겹고

부드러운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이 계절이 참 좋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원에는 초록 잎의 생기와 붉은 열매들의 활기가 가득합니다. 점점 색깔이 진해지는 열매들은 스스로 빛을 내며 반짝이는 듯합니다. 다들 노래를 하고 악기도 연주하고 춤도 추며 삶의 기쁨을 만끽하는 듯도 하네요. 이 멋진 계절을 맞이하는 그녀들의 아트 페스티벌을 보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다가가니 초록의 나무들 사이에서 낙상홍의 붉은 웃음소리가 가득 들려옵니다. 그녀들은 활짝 웃으며 이 계절을 찬미하고 계절은 그녀들은 더욱 붉게 만드는가 봅니다.  각각의 색깔로 멋지게 차려입은 그녀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제 산책자의 앞에 선 그녀는 마치 터질 듯한 미소를 함빡 지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마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상쾌한 아리아가 산들바람에 날아가는 듯합니다.       


조금씩 색깔이 변해가는 듯한 초록 잎 앞에선 그녀들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의 노래를 부릅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녀들의 붉은 입술과 밝은 표정도 느껴지는군요. 뒤쪽에서는 대기자인 듯한 그녀들의 잔잔한 웃음소리와 박수소리도 들려옵니다. 이어서 멋지게 차려입은 두 자매가 듀엣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붉게 차려입은 언니는 소프라노이고 노랗게 차려입은 동생은 메조소프라노인 듯합니다. 왠지 그녀들의 노래는 호프만의 뱃노래처럼 부드럽게 들려오는군요. 빛나는 눈동자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들을 보며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가지 끝에서 빨갛게 살랑이는 그녀들은 현악사중주단 인가 봅니다. 앞쪽의 제1바이올린의 선율과 함께 각각의 음색이 어우러지며 멋진 멜로디를 들려주는군요. 바람결처럼 느껴지는 현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는 듯도 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눈을 반짝이며 사뿐사뿐 움직이는 여인들의 모습이 경쾌합니다. 빨갛게 치장을 한 그녀들의 멋진 움직임을 보니 발레 돈 키호테 중 키트리의 베리에이션이 떠오릅니다. 조용한 미소 속에 붉어지던 그녀들은 이제 군무를 추고 있습니다. 조용조용한 춤사위가 점점 빨라지며 활기찬 율동이 되어가네요. 그녀들이 추는 춤은 왠지 익어가는 기쁨을 표현하려는가 봅니다.       


초록의 나뭇잎 사이에서 그녀들은 매혹적인 빨간 모습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듯하더니 이내 반짝이는 울림을 들려줍니다. 그녀들의 노랫소리는 점점 커지고 춤사위 또한 빨라지네요. 뭔가 뜨거운 마음이 가득한 그녀들의 미소는 반짝이며 계절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녀들의 멋진 공연을 보고 다시 걸어봅니다. 조금 아쉽지만 축제는 계속될 듯하니까요. 벼랑에는 커다란 키의 하얀 꽃이 바람에 살랑입니다. 아마도 왕고들빼기 꽃 같은데 이 계절에 보게 되니 반갑습니다. 그녀들의 미소를 보니 뜨거워졌던 마음을 잠시 시원해집니다.      


보라색이 점점 진해지는 좀작살나무의 마을에도 환한 웃음소리와 함께 즐거운 움직임이 가득합니다. 이곳에서도 어떤 축제가 펼쳐지는 듯합니다. 이제 숲 속에서 잠자던 미녀들이 활짝 깨어나며 춤을 추는 듯합니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한 보랏빛 그녀들의 춤은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 라일락 요정이 환상으로 보여주는 오로라 공주의 춤 같네요.      


     

한편에서는 합창 대회가 열리고 있나 봅니다. 여러 가지 음색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멋지게 울려 퍼집니다. 그녀들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부르는 것일까요? 산뜻하게 줄을 지어 걷는 듯한 그녀들은 브라스 밴드인가 봅니다. 부드럽게 울려오는 트롬본과 상쾌한 트럼펫 그리고 묵직한 느낌의 호른 소리도 들려옵니다. 다들 멋진 제복을 입고 힘차게 행진하며 경쾌한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뭔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조용한 호흡소리도 들려옵니다. 산책자도 잠시 고즈넉한 표정의 그녀들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봅니다. 이제 춤을 추며 내려오는 듯한 그녀들의 동작이 우아합니다. 뒤쪽의 무용수들은 부드럽게 하늘거리며 춤을 추네요. 동글동글하게 모여 추는 그녀들의 춤은 현대무용인 듯합니다. 환한 미소와 함께 날렵한 동작들로 생의 기쁨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아름다운 색깔로 점점 익어가는 열매들에게는 생의 기쁨이 충만해져 가는 듯합니다. 그렇게 생기 가득한 색깔로 진하게 익어가며 새로운 생명의 씨앗을 키워가기 때문이겠죠. 잠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들이 산책자에게 노래를 요청하네요. 그녀들의 멋진 축제를 보았으니 답례로 테너 마리오 란자의 목소리로 ‘그러므로 즐거워하자(Gaudeamus igitur)’를 들려줍니다.      


이 노래는 유럽의 대학가에서 오랫동안 불린 노래라고 합니다. 가사는 중세의 필사본에도 보인다고 하네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서도 나왔던 노래죠. 그녀들과 함께 노래를 들으며 라틴어로 된 가사 첫 부분의 뜻도 음미해 봅니다.     


Gaudeamus igitur, Juvenes dum sumus!

그러므로 즐거워하자, 젊은 동안에!

Gaudeamus igitur, Juvenes dum sumus!

그러므로 즐거워하자, 젊은 동안에!     


힘찬 박수와 함께 다시 이어지는 그녀들의 축제를 보며 브람스의 대학축전서곡(Academic Festival Overture, Op.80)을 들어봅니다.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는 대학축전서곡이 감동입니다. 특히나 힘찬 피날레는 마음을 강하게 두드리는군요. 익어가는 열매들의 멋진 축제를 보며 감동적인 음악을 듣는 이 가을날이 더욱 따뜻하고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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