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윈드 Oct 21. 2022

초록색 사이마다 알록달록한 초가을의 색깔

초가을의 풀과 나뭇잎 색깔은 아직 초록입니다. 하지만 초록 잎 사이마다 여러 가지 색깔의 꽃과 열매가 알록달록하네요. 오늘도 천천히 걸으며 초록과 멋지게 어우러지는 초가을의 색깔을 느껴봅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활짝 피어있는 나팔꽃이 산뜻합니다. 크고 작은 초록 잎은 밝고 여러 송이의 분홍 꽃은 화사하네요. 밝은 햇빛이 투과하는 듯한 분홍색 나팔꽃 안에서는 분홍빛 나팔 소리가 맑게 울려옵니다. 마치 분홍색 꽃들이 분홍색 나팔을 불며 즐겁게 놀고 있는 듯한 정겨운 모습을 이리저리 바라보게 됩니다.       


낮은 바위를 타고 뻗어가는 가는 줄기에 커다란 초록 잎이 달려있고 노란 꽃도 피었네요. 새팥은 곡예사인가 봅니다. 이렇게 벼랑에서도 꽃이 피고 꽃은 새팥이 되는군요. 저 기다란 초록색 씨방 안에서는 새팥이 익어가겠지요? 바위 위에는 닭의장풀의 연두색 잎 위에 파란 꽃이 상쾌하게 피어있군요. 초록이 가득한 풀밭에는 작은 파리 풀이 바람에 흔들거립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꽃받침에서 피어나는 하얀 꽃이 산뜻합니다.      


초가을을 맞고 있는 매끈한 매자의 잎들이 부드러운 햇빛에 반짝입니다. 길게 뻗은 가지 끝에서는 약간의 붉은 색감이 느껴지는 초록빛 매자가 흔들거립니다. 이제 잎도 물들어 가려하고 매자도 조금씩 붉어지려나 봅니다.      


     

천천히 걷다가 둥근 열매들이 각자의 속도로 익어가는 낙상홍을 만납니다. 어느 열매는 아직 노랗고 어느 열매는 주황색이 되고 어느 열매는 아주 빨갛게 익어갑니다. 이렇게 다양한 색깔로 익어가는 모습도 보기 좋네요.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가지마다 가득 달린 열매들이 마치 쏟아져 내리는 듯합니다.      


아침 햇살에 좀작살나무 열매가 밝은 분홍색으로 빛이 납니다. 이렇게 햇빛을 받으며 초록 잎은 더욱 밝아지고 열매는 점점 진해지는가 봅니다. 길게 늘어진 가지마다 보랏빛 열매들이 점점 익어갑니다. 좌우로 길게 도열한 듯한 초록 잎의 호위를 받으며 작은 열매들의 색깔이 점점 보라색으로 변해가는군요.        


그런데 분홍의 꽃잎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박주가리 꽃이 아직도 피어있네요. 아직 꽃봉오리도 보이고 꽃봉오리가 조금씩 벌어지며 피어나기도 합니다. 가을이 되었어도 이 박주가리는 여유만만하네요. 긴 줄기에 피어있는 박주가리 꽃은 조금씩 시들어가는데 여전히 진한 향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이제 꽃들은 이제 열매가 되는가 봅니다. 꽃이 지는 곳에는 오돌토돌한 초록의 열매가 제법 커져갑니다.        


그늘 쪽의 밝은 초록 잎 아래에서 연두색 산수유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을을 맞으며 씩씩하게 익어가려나 봅니다. 그런데 초록이 조금씩 노랗게 변하는 잎새 사이의 볼이 빨간 야광나무 열매는 사랑스럽네요. 그녀도 가을을 맞이하니 마음이 설레는 것일까요?       



오후가 되니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하늘이 약간 흐려집니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과 함께 회색빛 구름도 밀려가네요. 하지만 태풍도 이 익어가는 가을을 막지는 못할 듯합니다.      


이제 가을이 깊어져 가면 초록 잎은 조금씩 다른 색깔로 물들어가고 열매들의 색깔은 더욱 진해지겠지요. 하지만 초록 잎 사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가는 초가을의 색깔도 멋지네요. 지금에만 볼 수 있는 지금의 색깔이니 더욱 그런 듯합니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의 연주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어봅니다.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한 그녀의 산뜻한 연주에 기분이 더욱 상쾌해집니다. 뜨거운 커피는 더욱 맛있어지고요.            


이전 01화 산들바람 부는 가을 아침에 듣는 노래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