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부는 가을 아침에 듣는 노래는

산들바람이 부는 가을 아침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맑은 하늘은 파랗고 밝게 비치는 햇빛은 부드럽습니다. 얼굴에 스치는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걸어봅니다. 오늘도 붉게 익어가는 열매들이 시선을 잡아 끄네요. 걷다가 서기를 반복하며 붉게 반짝이는 열매들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밝은 아침 햇살은 초록 잎 사이로 비쳐오고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들은 보석처럼 빛이 납니다. 파란 하늘과 초록 잎 그리고 익어가는 빨간 열매가 이 아침을 더욱 상쾌하게 해 주는군요. 그런데 햇살이 스며드는 열매는 투명한 느낌마저 듭니다. 긴 가지에 늘어선 붉은 열매들의 조용한 율동을 보고 있으니 왠지 우아한 느낌이 드는군요. 가을 햇살에 울려오는 그녀들의 노래와 시원한 바람을 따라가는 화려한 춤에 산책자도 신이 납니다. 

    

야광나무의 초록의 열매가 초록빛이 담긴 듯한 햇빛을 받으며 밝게 빛이 납니다. 초록 초록한 이 풍경도 이제 가을이 깊어짐에 따라 붉게 변해가겠지요. 그런데 이곳의 열매들은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바쁠 것 하나 없다는 듯 느긋한 표정입니다. 길게 늘어진 가지에서 붉어지는 열매도 나뭇잎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을 받으며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여유 있는 모습으로 산들바람의 리듬에 맞추어 나지막이 노래를 하고 춤도 추는 듯합니다.          

    

이제 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들의 작은 지저귐만이 초록의 잎 사이로 날아옵니다. 산들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는데 그늘 쪽에서 이제 붉어지기 시작하는 낙상홍을 만납니다. 튼튼한 초록 잎 사이로 천천히 붉어지는 열매들이 쏟아져 내려오는데 아직 초록인 열매가 앳된 미소를 지어 보이는군요. 초록의 열매가 노랗게 되고 다시 주황색으로 변해갑니다. 그런데 열매들이 익어가는 속도가 다들 다르네요. 각기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 같기도 합니다. 초록의 잎새 아래 익어가는 열매들의 작은 합주를 들어봅니다.      

햇살도 부드럽지만 그늘로 걸으니 더욱 시원합니다. 선선함이 배어있는 아침 바람에는 초록의 내음이 배어있는 듯합니다. 초록 잎 사이에 달려있는 산수유는 아직 초록입니다. 하지만 매끈한 열매는 밝은 초록빛으로 반짝이는군요. 모여있는 열매들은 뭔가 색깔이 조금 달라지는 듯합니다. 이제 햇빛을 담아 가며 점점 붉어지겠지요. 올 가을에도 빨갛게 익어가며 반짝이는 산수유를 보게 될 듯합니다.       

낮은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에서 낮은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올려다보니 초록의 가지에서 흔들리는 낙상홍의 초가을 노래인가 보네요. 어떤 낙상홍은 벌써 진하게 익었습니다. 선선한 아침 바람 때문인지 파르스름하게 느껴지는 잎 사이에서 빨간 열매들이 반짝입니다. 아름답네요. 정말 환상적인 색감입니다. 조금 떨어져 바라보아도 그렇고요. 그저 감탄이 나옵니다.     

빨갛게 익어 반짝이는 낙상홍과 함께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파란 하늘에는 흰 구름이 한가롭게 흐르기도 하고 흩어지며 퍼져나가기도 하네요. 열매들이 붉게 익어가는 가을을 맞는 마음은 왠지 뜨거워지기도 하며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 지는군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이도메네오 중 합창 '바다는 잔잔하고, 우리는 떠나리(Placido e il mar, andiamo)'와 이어지는 엘레트라의 아리아 '부드러운 바람은 불어오고(soavi zeffiri)'를 들어봅니다. 이제 사랑하는 이다만테 왕자와 함께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려는 꿈에 부푼 엘레트라 공주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산책자의 마음은 왠지 더욱 잔잔해지는군요. 아마도 부드럽고 달콤한 멜로디 때문일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