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윈드 Oct 21. 2022

파란 하늘 아래 느껴보는 초가을의 색깔

날씨가 활짝 개었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파랗고 아침 햇살은 화사합니다. 바람은 산들 불어 선선한 계절감을 느끼게 해 주네요. 이제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을 보니 정말 가을 기분이 듭니다. 이 좋은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 초가을을 걸어봅니다.      


멀리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해바라기가 보입니다. 해바라기의 노란 꽃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한가롭게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 위로는 뭉게구름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화사한 햇살이 비치는 파란 하늘이 정말 좋습니다. 가을 하늘은 이렇게 맑고 파랗고 또 높아 보이네요. 한가롭게 흔들리는 해바라기가 가을 느낌을 더합니다. 파란 가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바흐의 에어(Air)를 들어봅니다. 그저 편안합니다.         


해바라기 아래의 토란 잎에는 어제 내린 빗방울이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습니다. 잎의 흔들림에 물방울이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마치 투명한 보석이 구르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주말농장이네요. 화창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작물을 가꾸고 있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도시의 이 작은 곳에서도 사람들은 작물을 가꾸고 또 수확하는 즐거움을 맛보는가 봅니다.      


문득 지난봄에 이곳에서 홀씨를 다 날린 박주가리의 빈 껍질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나 해서 이리저리 박주가리의 꽃과 열매를 찾아보는데 어찌 된 일인지 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이곳에 가득 피어나는 분홍색 꽃을 만납니다.      


싸리나무 꽃과 비슷한데 뭔가 조금 다릅니다. 가는 가지에 꽃봉오리들이 솟아오르듯 커가고 꽃들은 하늘을 향해 피어납니다. 알고 보니 낭아초라고 하는군요. 이리의 이빨 같은 풀이라고 하니 뭔가 독특한 이름이네요. 하지만 꽃은 예쁘고 바람에 흔들리며 핀 꽃들은 초록의 숲과 파란 하늘에 가득한 느낌입니다.      


파르스름한 잎들 위로 진한 분홍색 꽃이 가득 피어나는데 이곳저곳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합니다. 뭔가 산뜻한 상승감도 느껴지는군요. 우연히 알게 된 낭아초의 마을은 왠지 밤이 되어도 밝을 듯합니다.      


     

따사롭던 햇살이 점점 뜨거워집니다. 습기 하나 없는 가을 햇살은 생각보다 강렬하네요. 그늘에서는 때죽나무의 초록 잎 사이에서 갸름한 열매가 한가롭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왠지 지난 꽃의 묵직했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한편에서는 모과가 조용히 익어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노랗게 익어가는데 점점 과육의 향기도 진해지겠네요.           


작은 바위 벼랑에는 작고 하얀 꽃이 눈에 띕니다. 까마중 꽃인 줄 알았는데 뭔가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이름을 알아보니 배풍등이라고 합니다. 아직 알아야 할 꽃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배풍등의 가는 줄기마다 하얀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며 활짝 피어나네요. 꽃잎이 뒤쪽으로 젖혀진 꽃은 날렵하게 날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아주 작은 초록색 열매도 커가고 있습니다. 이제 커가는 열매가 어떻게 익어가는지 보고 싶어 집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햇빛을 받으며 걷게 되는군요. 그런데 보람이 있네요. 뜨거운 햇살이 내려앉는 풀숲에 분홍색의 예쁜 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이질풀의 꽃은 이름과는 달리 화사하네요. 진한 잎맥이 보이는 분홍색 꽃 두 송이가 따가운 햇살에도 다정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진한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좀작살나무 열매도 만나게 됩니다. 강렬한 햇살만큼이나 좀작살나무의 열매도 진하게 익어가네요. 그런데 햇빛이 밝을수록 더욱 반짝이는군요. 그렇게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가지마다 보랏빛 열매들이 탐스럽게 익어갑니다.      


좀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를 열심히 찍고 있는데 어느 중년의 여인이 다가와 열매의 이름을 물어오십니다. 이름을 되뇌며 열매가 참 예쁘다고 하시네요. 이제 그분도 진하게 익어가는 좀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를 열심히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시네요.      


그늘 쪽의 붉은 낙상홍 열매들은 더욱 진한 색감입니다. 그런데 마치 스포트라이트 같은 한줄기 햇살이 붉은 낙상홍 열매에 내려 쪼입니다. 붉은 열매는 투과하는 듯한 햇살에 불꽃을 일으키며 하얗게 빛이 납니다. 하늘은 파랗고 낙상홍 열매는 아주 빨갛네요. 어쩌면 초가을의 색깔은 이런 것일까요?     


화창한 날씨 속에서 활짝 피어나는 꽃들과 진하게 익어가는 열매들의 색깔을 느껴봅니다. 언제나의 계절도 그렇지만 이 가을의 색깔도 참 아름답네요. 문득 우리도 저렇게 멋지게 익어가며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빠르게 달라지는 초가을의 색깔을 바라보며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작품 번호 40번을 솔 가베타의 연주로 들어봅니다. 첼로가 만들어내는 다이내믹한 리듬에 심장이 뛰는 듯하네요. 아마 이 가을도 이렇게 아름답게 달려올 듯합니다.            


이전 04화 태풍이 지나가고, 열매는 익어가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