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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고봉밥 한공기(지율)

223.시

by 지율

따끈한 고봉밥 한공기

묵은지로 끓인 물 많은 김치찌개

그리운 짜고, 자극적이던 외할머니 음식이 그립구나.

비슷하게 흉내 내어도, 그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밥 단디 챙겨 묵으라. 밥은 잘챙겨 먹고 지내나

첫 손자여서 보이지 않게 살뜰히 챙기던 외할머니.

외할머니 고향 기장 일광은 천지가 개벽 했는데. . .


외손주도 잃을까 장교가 되겠다 할때 울며, 반대하셨던 외할머니

내가 아플때 마다 늘 곁에서 어머니도 나도 챙기던 외할머니


그녀 특유에 여장부 같은 목소리와 유독 자극적이고,

받으면 당황했던 따뜻한 고봉 한공기

표현이 서툰 외할머니에 내리 사랑 이였구나 느끼며, 그립구나.


나는 참 모자란이 같다.

그때는 모른다. 지나고서, 빈자리를 아는구나.

그냥 그때 그 찌개와 생선 뼈와 살을 발라 올려주신 고봉밥이 그립구나


나는 그맛을 기억하는데

그맛은 뭐가 그리 바쁜지,사랑한다,고맙다는 표현도 못하고

그녀가 떠난 뒤에 투박하지만 솔직한 그녀의 사랑이 그립구나.


그녀의 투박하게 안부를 묻는 밥은 단디 챙겨묵었나 하는

그녀의 소리가 귓속에 맴돌고, 장난끼 많던 어린시절

우리 이쁜 똥강아지. 할머니가 어흥한다던 그때 그말이

이제는 그저 그립고, 또 그립구나


그녀의 고봉밥은 늘 따뜻하고, 식탁은 푸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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