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나의 생각

실패에서 얻은 보석

by 지율

나에게 시각장애는 인정할수 없는 실패였다.

그만큼 좌절감은 나의 모든 순간을 지배했다.


실패와 좌절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억울하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았을것 같다.


그 억울함과 분노를 나는 밖으로 표현하지 못했고,

PTSD와 더불어, 질병코드가 부여된 홧병을 가지기도 했다.

분노 조절 장애가 있을건 같은 병명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 였다.


깊은 우울증은 나에게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그 감정을 이길 몸상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에 분노와 원망을 표출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홧병은 무의지와 무기력을 매순간 느끼게 해주었다.


장애로 힘들었던것은 나의 능력에 변화가 없는것 까지,

기회에 있어, 제한과 제약을 받았다.

나는 장애보다 그 순간들이 더 수치스러웠고,더 괴로웠다.


시각 문제를 대처할 대안들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 사실들이 나로 하여금 경제적 생활고 보다 더한 마음의

가난 까지 선사 하였다.


때론, 숨쉬는것도 벅찬 하루였고, 그하루의 무게,압박은

상대적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것 이하로 무너지지 않겠지 했지만,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는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실패,실수,틀리면 늘 혼나왔다.

그래서 나는 모범 답안은 아니여도, 탈선하지 않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금와서 생각 해보면,

모두 빛좋은 개살구 였고,

심지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구태여 입었고, 차마 벗지를 못했다.


탈선은 곧 망함 이라는 단어가 무의식 속에,

정의 되었다.


내가 힘들어 했던것은 실패,불행이 아니였다.

실패와 불행을 풀어가는 방법에 대하여, 배워본적이 없고,

잘 넘어지고, 잘 지는 법을 배운다는것을 처음 안것도

장애를 얻기전, 독일어권 국가들을 경험하며, 얻은 지식이였다.


기회가 되어서,부자간의 캐치볼을 보았다.

한국 아버지 라면, 져주거나 그 수준에 맞게 던진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전력을 다해, 던졌고, 아이는 패배감에 우는 와중에,

패배를 인정하고, 그 다음을 어떻게 할지 대화를 나누는것을 보면서

많은것을 느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공교육 에서 조차 탈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내신이라는 낙인이 찍히기에, 정작 중요한 수능 까지 완주하는 고3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재필삼선 이란 말도 옛이야기가 된지 오래였다.


나 조차도 전문직이 보장된 전공 이였다.

해당 전공을 경험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두개 차이로 지역과 학교이름이

바뀌는것이 힘들다. 그래서, 본격적인 공부가 들어가기전 까지,

나는 들어가서도 , 가르치는 일로 입에 풀칠하던 나 마저도

놓지 못했다.


나에게 맞는옷 인가 ,아닌가 생각해볼 여지 없이 주변 대부분이

그길을 가니, 그길이 절대적으로 옳겠지 했을뿐 이다.

나는 유급을 했고, 그 유급 이후 장애부터 시작해서 불행들이

연이어서 왔다.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대응이 가능 했다면, 나는 대한민국 에서 모든교육을

받은 20대가 아니었을것 이다.


힘든 와중에, small step 미션이 주어졌고, 작은 루틴 한개를

쌓는것도 쉽지 않고, 큰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해줬다.

힘들고, 무기력함이 없다는 거짓말 일것이다.


하지만, small step을 하며, 나를 알아가게 되는 그 과정이

나를 하루하루 버텨서, 하루하루 쌓아갈수 있게 돕는다.


나는 30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 잘 넘어지고, 잘지고,

그이후를 어떻게 준비해서 일어날지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small step은 일상속 진주다.

그리고 같이 한발한발 하루를 쌓아가는 죽밥 프로젝트로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들의 소식이 나에게 큰힘이 되고,

지속성을 주는것 같다.


나는 천성이 느리다.

그래서, 하나만 집중한다. 그것이 마쳐야 다른것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나의 커리어 보다 나의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그것만 했다는것은 강점일수 있지만, 치명상을 입힐 최악의 약점이

될수도 있다.


세상에 호기심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 하나 생존하는것도 벅찬 저성장 시대 여느 20대와 같았다.


장애를 얻고 바뀐것은,

내게 안맞았던 옷임을 알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경험해보며

호기심을 야기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것 이다.


하나만 하지는 않는것 같다.

막상 루틴을 짜보면, 그 범주가 광의적으로 다른 영역이 아님을

알수 있다. 나는 깊게 무엇인가를 하는게 좋고,

초중고 학생회장을 했다 믿기 힘들정도로 사교적이기 보다는,

지극히 개인주의자 이고, 개인주의자 라고 해서 절대적인

이기주의자는 아닌것 같다.


내가 피해가 받기 싫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것 보다 문자,식,기호,그래프등이 훨씬

편하고, 그것들에 집중하는게 시각장애를 얻은 지금도 나에게

행복을 주는 요소이다.


여러가지로 봤을때,

나는 진입장벽이 있는 전문직을 하며, 지식이란 경험을 서비스로 제공 하고,

수수료를 받는 지식 소매상,중개인 같은 삶이 나에게 편한것 같다.

그리고,내가 못하는 부분들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란것을 알아가고 있다.


나는 아직 아날로그가 편하고, 그감성들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IT시대에 변화하는 기술을 이론적으로 전부는 아니여도 핵심은

이해는 할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변화하는 기술이 불편할때가 종종 있고,

기술과 정보의 홍수속에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적응이 많이 느린것 같다.


나는 이지점 에서 생각을 많이 해본다.

저성장 시대 라면, 나랑 결이 비슷한 사람들 에게 내가 원하는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이 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경쟁을 최소화 할수 있겠다

확신이 하루하루 쌓여간다.


나는 현재 내인생 최악의 조건,상황,게다가 장애까지 가진 거북이 이다.

다행인것은, 나만큼 실질 경제 성장률도 거북이 라는 사실이다.

이런 실질 경제 지표보다 0.1%라도 매해 더 성장하면, 내길에서 완주 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Small step은 그저 하루를 버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잘 일어나고, 잘 넘어지는것을 배우며 현실적 근거있는

성장하는데 목적성이 있는 미션인것 같다.


그리고 미완성도 나쁘지 않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미완성에 행복을 느끼는것이 정신승리만은 아니라는것을

깨닫게 해준다.


힘들지만, 이 미션을 최소 2년은 끌고 나가 볼 생각이다.

그러면 처음과 변화는 생각보다 가시적으로 보일것 같고,

운이 좋다면, 내길을 선택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모든것에서 제일 중요한것은 기회가 올때 쓰러지지 않을 건강과

심신의 기초체력을 쌓는 일 이다. 그 방법중 글읽기,글쓰기,특히,

만보 걷기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주관적이지만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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