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탕탕.
비닐하우스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마치 앰프스피커를 틀어놓은 듯 두 귀를 먹먹하게 만든다.
악다구니를 써도 너의 말은 들리지 않고, 폭풍 오열을 해도 너의 울음은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또 너구나.
하우스 밖으로 나온 그녀는 하늘을 쳐다보며 얼굴을 내민다.
흘린 땀을 빗물이 씻겨준다.
멀쩡한 우산이 없다.
우산 살이 부러지거나, 어느 한 면이 찢겨있거나, 끈달이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흔했다.
우리 집에는 멀쩡한 물건을 찾기 어려웠는데 그중에서 우산은 더더욱 그러했다.
언니와 동생들이 학교에 갈 때는 2인 1조로 우산을 쓰고 등교했기에 하교할 때 상대방을 기다렸다가 와야 했다.
때론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 비를 맞으며 뛰어오곤 했었다.
비가 개면 누구 하나 우산을 펼쳐 말리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속에는 1년 365일 배가 내려서 그랬을까?
눅눅하고 축축한 상태로 꽂아진 우산은 비가 오면 다시 활개 쳤다.
특히 장마기간에는 우산꽂이가 텅텅 비었다.
성하지 못한 우산일지라도 머리만은 가려주길 바라며 손에 하나씩 들려 나갔다.
그렇게 다 가지고 나가고 나면 엄마는 무얼 쓰고 밭으로 향했을까?
그때 당시가 아니라 20년이 지난 뒤에 우산이 없었을 엄마를 걱정하고 있었다.
엄마는 엄마를 위해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집에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안 그래도 눅눅한 집에 엄마가 데려온 습기가 온 집안을 휘감았다.
"엄마 그게 뭐야! 얼른 화장실로 가서 씻어. 물을 다 흘리고 다니면 어떡해!"
엄마는 화장실로 향하는 엄마의 머리 위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소리에 급하게 문을 나섰다.
마당에 넣어놓은 빨래를 안으로 넣으려 후다닥 뛰어나가자 멀리서 엄마가 자전거를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오기에 우산을 들고 다가갔다.
"엄마 다리 왜 그래?"
"비가 와서 넘어졌지 뭐니 호호호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장화 신은 엄마의 두 다리, 앞에는 가득 실린 채소들,
뒤에는 꽁꽁 묶인 도구들 사이 엄마가 쓸 우산은 어디에도 없었다.
엄마의 머리 위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늘 그랬다.
엄마와 비는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식재료가 급히 필요해 사러 가야 할 때도 비를 맞고 뛰어갔다 오는 엄마였다.
엄마가 흘린 땀방물이 머리카락 끝에는 빗방물이 맺혀있었다.
아랑곳없이 수건으로 털어버렸다.
왜 한 번이라도 엄마의 땀방울을 닦아주지 못했을까.
왜 한 번이라도 엄마의 빗물을 털어주지 못했을까.
왜 한 번이라도 엄마에게 우산을 씌어주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