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만나러 가는 길을 연재하며 내 마음에 담겨 있던 상처를 하나씩 비워냈다.
상처가 비워진 자리는 생각했던 것처럼 깔끔하거나 평온하진 않았다.
텅 빈 마음에 잘 가라는 목소리가 떨어지자 그 소리는 어디에도 스며들지 못하고 공기 속으로 서로가 맞부딪힌다. 머물지 못하고 잔잔하고 긴 여운이 되어 떠나지 못해 진동한다.
공허했다.
비워질수록 채워야만 하는 공간이 돼버렸고 채워야 하는 자리가 늘어날 때마다 무엇으로 채우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 고개를 내밀었다.
상처가 흐른 자리는 햇볕이 들지 않아 마르지도 못하고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비우는 것에만 쏠려버린 마음에 상처를 어디로 보내줘야 할지 미처 길을 터주지 못했었다.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을 열었다.
신선하고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에워싸더니 날 데리고 떠났다.
그곳에서부터 이곳으로.
불이 켜진 밤.
불이 켜진 방 안.
탱탱탱탱.
망치로 못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두 발로 분유깡통을 부여잡고 한 손에는 못을 한 손에는 망치를 들었다.
주변으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넘기는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환호소리는 커지고 하나씩 비워질 때마다 자신의 차리를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이 방안에 뒤섞여 있다.
공기를 삼키며 아빠는 빠르게 손을 놀리다 그만 망치로 못이 아닌 제 손가락을 때린다.
일순간 정적이 흐른다.
고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대로 끝나버릴까 봐 하는 불안.
탱탱탱탱.
실수가 멋쩍은 듯 못으로 머리를 긁으며 더 크고 힘차게 망치질을 한다.
새로 생긴 구멍에 조금씩 자신의 화도 채워 넣어버렸나 보다.
불안이 안도가 되고 또 하나가 완성되는 순간.
양쪽에 기다란 철사고리를 만들어 꾀어내면 나만의 쥐불놀이를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난다.
마당 한편에 가져다 놓았던 마른 지푸라기를 넣고 성냥개비에 불을 붙여 넣으면 시작한다.
힘차게 돌려라.
크게 크게 타올라라.
불길이 만드는 원안으로 심장이 뛰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크게 크게 타오르는 심장아 날아올라라.
아빠가 만들어준 불꽃은 그날 밤 쉬지 않고 타올랐다.
누가 그 분유깡통은 모았던 걸까.
누가 지푸라기는 가져다 놓았던 걸까.
어디선가 보고 있었겠지.
아빠는 자신이 나눠준 심장을 뜨겁게 불태우고 있는 모습을.
불길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불길은 바람을 타야만 이동한다.
바람이 데리고 온 이곳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훨훨 날아가라.
나를 아프게 한 시간의 조각들아.
뜨겁게 타올라라.
아픔뒤에 가려진 소중한 시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