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詩 中心

by 허니

순례자처럼

산티아고의 시간처럼

나를

내려놓고 걷는 것도 아니다

너를 옆에 세워

같이 걷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걸었다


분명한 것은

목적지가 정해진 게 아니라는 사실

하나뿐이다


지난 계절

사라지지 못한 낙엽들이

이곳저곳에서 웅크리고 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또 저 멀리로

혹은 어딘가로 가 있을 터

그들이 흩어지면서

길이 보였다


시작은

목적지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걷고 걸어서

돌아와 있는 시간이

지금이라는 사실


흩어지는 건 낙엽뿐이 아니다

시간도

길 위에 있던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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