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年 中心
가끔씩 사람들에게 묻는 말이 있다. “세상을 떠난다고 가정하면 누구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은 가요?” 사람들의 답은 제 각각이다. 어떤 분은 자식들에게 집을 남기겠다”, 또 다른 분은 “도서관에 책을 남긴다”, 어떤 분은 “시골 마을에 있는 땅을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겠다” 등등 여러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어느 분은 이야기하기를 “유산, 이것은 내가 가진 걸 자식에게 주거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남겨 준다는 것인데 상속이라는 의미 아니겠에요? 이것 참 속상하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이 분의 말씀을 뒤집어 본다. 상속(相續)은 어찌 되었든 형제들 간이나 부모 자식 간에 속상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그야말로 아무리 좋게, 후하게 해도 말이 나온다. 한쪽은 다행이고 어느 한쪽은 서운하고, 그래서 상속은 뒤집어 생각하면 마음이 속상하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성 부장의 가족문화도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다. 어른들의 생신 모임이나 명절 때에는 가족들이 모두들 모여 식사를 한다. 여러 덕담들도 오가고 그간 궁금했던 친지들의 근황을 물어보고 조카들이나 어린아이들의 크는 얘기 등을 한다. 집안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성 부장에게는 3살 아래인 남동생이 있다. 벌써 몇 년째 계속해서 동생이 이야기하는 단골 메뉴가 바로 상속 이야기이다.
자기는 차남인데 아버지에게 받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무슨 얘기인가 궁금했다. 성 부장 동생은 “아버지가 당신의 고혈압을 왜 자기에게 남겼느냐고, 왜 장남에게 줄 것을 자기에게 넘겼느냐”며 상속이 체계 없이 진행되었느냐고 억울하단다. 성 부장 동생은 자신이 받지 않아도 될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상속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성 부장은 동생에게 늘 미안하단다. 벌써 10년째 약을 달고 살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버지의 그 깊은 뜻을 알 길 없다. 성 부장은 어찌할 수 없는 상속이라 동생에게 “많이 속상하겠구나”라는 위로의 말을 건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동생은 자기가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갔다고. 이젠 돌려주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아무 조건 없이 형에게 돌려준다고 한다.
성 부장은 젊었을 때는 아주 건강했다. 그런데 40 중반을 넘어서면서 여러 신체적 변화를 감지했다. 젊은 시절 잘 걸리지 않던 감기도 자주 걸리고 소화도 잘 되질 않는 것 같고 늘 피곤하다. 그러나 성 부장은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질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은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건강관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성 부장은 문득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 요즘 부쩍 늘어버린 허릿살과 체중이 걱정된다. 팔과 다리는 흐물흐물하고 체력도 예전 못지않다. 매일 야근하면서 직원들과 식사도 같이하고, 늦은 술자리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신체 지형이다.
쉼 없는 회의, 회사의 시곗바늘처럼 모두가 바삐 돌아갔다. 지난번 건강검진은 급한 출장이 잡혀 계속 미뤄놓은 상태다. 도무지 시간이 나질 않는다. 몸은 망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지난 분기별 실적이 좋지 않아 팀원 모두가 사기가 떨어졌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든 끌고 가야 한다. 내 몸 따위를 걱정할 시간이 없다. 이 번이 마지막이다. 총체적 위기, 스트레스가 쌓인다. 생각할수록 우울하다. 성 부장의 몸은 지금 허(虛)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