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다

中年 中心

by 허니

퇴직을 한 지 2년이 넘은 어느 기업 임원이 있었다. 실적도 좋고 남보다 스펙이 좋은 그는 빠르게 승진하면서 50대 초반에 이미 임원 자리에 올라 기세 좋게 직장생활을 이어왔다.


미국 현지법인에서 4년가량 있으면서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을 챙겨보지 못하고, 짧은 휴가기간에 귀국해서도 본사에서 살다시피 해서 가족여행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기간에 본 그의 부인은 혼자 일처리를 하는데 익숙해져 있었고 아이들은 ‘아버지’가 없었을 때처럼 자기들끼리 잘 지내고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 가족 모두가 그를 살갑게 대하고 있지 않았다.


이후 그는 오랜 외국법인 생활에서 벗어나 본사에서 근무하면서도 여전히 회사 업무에 전력투구했다. 그는 모든 회사원의 꿈이라 불리는 임원 자리에 올랐으나 정작 가족들의 축하는 받지 못했다. 그냥 모두들 덤덤한 표정들이다.


그러던 그가 명예퇴직을 하고 집에 들어앉게 되었다. 모든 것이 ‘회사 일’이었던 그는 처음에는 정말 답답하고 미치는 줄 알았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재취업은 쉽지 않았다. 자주 만나던 동기들과의 만남도 뜸하고 점차 시간이 지나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족과 부딪치는 일들이 많아지지 시작했다.


처음 2개월은 부인도 “그동안 고생했으니 푹 쉬라”고 위로도 하고 부인과 함께 영화도 보고 동네 커피숍에도 가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서너 달 지내보니 재미가 없었다. 퇴직한 지 6개월 정도 지나니 부인도 할 만큼 했다는 듯이 동기들과 맛집 탐방, 사진 촬영 모임 등에 열심이고 밖으로 돌기 시작했다. 늘 거실에 있는 TV 앞에 있다 보니 어쩌다 집에 있는 부인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부인의 외출을 불편해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들의 모든 걸 참견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1년, 집에 있으면서 그는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뼈저리게 그야말로 '인생 무상함'을 느꼈다. 가정에서는 그의 존재는 삼식(三食)이었다. 부인이 미리 준비해 놓은 하루 세끼의 식사를 하는 것 말고는 우두커니 거실에서 TV를 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아이들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퇴사하니 유학을 약속했던 아버지의 ‘배신’에 아이들은 도통 말을 걸지도 않고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흔히들 ‘회사인’은 퇴사를 하면 그 효용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일이 자신의 존재 이유 같이 지내왔던 사람일수록 더욱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고민을 한다. 그리고 ‘일’과 관련해서 만났던 사람은 ‘일’이 관련되지 않으면 만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가 밖에 나가 본들 만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이후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다. 후회 막급이다. 가족과의 의사소통도 쉽지 않고 과거 동료와의 교류도 단절되다 보니 정말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벌써 가을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그는 여전히 ‘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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