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중년이 오면

中年 中心

by 허니

모시던 회장님의 이야기다. 이북 출신의 최 회장은 그야말로 홀홀 단신 남쪽으로 내려와 기업을 일으킨 자수성가의 대명사, 고생한 만큼 그의 인생역정은 화려하면서도 투박하고, 또 고집스럽다. 무엇이든 자신이 있었고 추진력 있는 일처리로 크게 성공을 했다.


최 회장은 가끔씩 간부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하곤 했다. 그런데 초대를 받고 간 자리에서는 꼭 최 회장 부부의 싸움을 본다. “고기는 이쪽으로 놓아라”, “생선은 저쪽으로 놓아라”, “술은 어떤 거냐”, “자리는 어떻게 배치했냐” 등등 많은 직원들 앞에서 최 회장은 부인에게 명령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명령과 지시에 익숙했던 최 회장의 회사에서의 업무 스타일이 그대로 가정에 투영되어 있다. 마치 실적보고가 제 때에 되지 않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부하직원에게 호통을 치는 바로 그 모습이다. 부인은 물론 성인이 된 자식들의 표정을 보니 최 회장의 핀잔이나 명령조의 언어 행동이 얼마나 많이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족에게는 내가 어떻게 해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이다. 바깥에서는 ‘고객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잘한다. 그야말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난 사람이든, 잠시 다른 일로 만난 사람이든 모두에게 친절한 자세를 견지한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대수롭지 않은 것에 벌컥 화를 내고, 연애기간에 하늘에 있는 별도 따고 달도 따주던 남자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부하직원 다루듯이 명령, 훈계 중심의 얘기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러한 습관은 가족 간 깊은 골을 만든다. 가족이 먼저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가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보통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들은 중년에 접어든 나이쯤이면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최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시기일 수 있다. 일이 우선이다. 성공하려면 집중하고 전력을 다해 달려 나아가는 시기다. 부인은 물론 아이들과의 대화도 애써 무시하거나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니 시간이 없다. 우리는 대부분 이런 중년인생을 살고 있다.


자녀와는 소통하는 특정 시기가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와의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다. 시간이 지나 정작 아버지가 다가서려 하면 그들은 이미 친구들과, 애인과의 채널에 고정되어 있다. 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작 부인이 결혼생활에 재미를 붙여 살갑게 얘기하거나 친정 얘기, 시부모 얘기 등을 하려고 하면 건성으로 대답한다. 남편은 부부간 대화의 중요함이나 그 깊이를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


새로운 아침, 눈을 뜨면 일터로 돌아가는 바쁜 중년은 계절이 바뀌고 있는 시간의 엄혹한 흐름을 모른다. 약간의 서늘함을 잠시 느낄 뿐 위기가 오고 있음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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