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은 보라다

中年 中心

by 허니

색채전문가들에 의하면 자주색은 좀 더 진하고 불그스룸하며, 보라색은 덜 진하고 푸르스름하다고 한다. 무지개를 나타내는 색상 중에 맨 마지막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라색이다. 보라는 생(生)의 중간기(中間期)에 맞이하는 다양한 상황 변화와 이에 맞서는 '나'의 치열함을 배제하는 듯한 순위 결정전 같은 '일곱 번째', 아니 마지막에 불린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나의 억지일 수 있겠으나 그래서 보라색은 꼭 중년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마치 코너에 몰려있는 복서가 위기에 처한 절체절명의 순간, 그 특징적인 시기를 말해주는 듯하다.


덜함도 다함도 없는 시간, 이 시간을 말해 주는 색상이 보라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보라색은 다른 어떤 색보다도 정신적인 부분과 관계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빛깔, 어찌 보면 어중간한 느낌이라 여러 색상 중에 이것이 중년과 흡사하지 않은가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구글링을 해 보면 보라색의 의미에 대해 “보라는 파랑의 차분한 안정감과 빨강의 격렬한 에너지를 겸비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야말로 중년의 ‘냉정과 열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삶의 현장에서의 치열함이 묻어 나오는 시간이며, ‘나’를 보듬어 볼 수 있는 시간을 애써 가져야 하는 시기가 중년이기 때문이다.


색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흔히 보라는 평화와 헌신, 신비와 마법을 상징하며, 정신을 고양하고 신경을 차분하게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또한 신성을 드높이고 양육 성향과 감수성을 강화하며,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주고, 더 높은 자아와 ‘제3의 눈’과 연관되며, 우주 전체와 조화를 이루도록 도와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굳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기의 사람들에게 맞춰 생각해 본다면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아는 찾지 못해 방황하는 중년들과 여러 이유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중년들, 다양한 상황 변화로 인해 상실감으로 공허함에 빠져있는 중년들이 정작 위안을 받아야 할 공간, 이 공간의 색상은 보라다. 이러한 보라색 중년은 우리가 활보했던 도시보다는 노을 진 어느 바닷가 모래 위를 덮는 어스름한 시간과 같다.

몇 년 전 '몇 줄의 생각'을 서랍에서 찾았다. 허허로운 '보라 중년'을 위함이다.


여기

들을 지나다

바람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먼 산을

바라보다

이내

산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길을 걷다

이내

길을 닮아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는

아니

그러다가도 아니 되면


가끔은

아주 가끔은

여기서

멈추어 보자고

한다.


그때의

사진 몇 장

네게도

중첩되어 있음을


이렇게

기억함을

네게

전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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