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대하여

中年 中心

by 허니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고 약간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익숙한 탓인지 안정되고 편안하다. 집도 그렇다. 늘 같은 집안 살림에 동선도 같고 가구 배치도 집주인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집안의 구조 또한 그곳에 사는 식구를 감싸고 있는 듯하다.


홍 국장은 최근 20년을 살았던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수도권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그때 아파트를 분양받아 장만한 것이 어느덧 20년을 살게 되었다. 남향이라 햇볕이 잘 들어 한결같이 환한 집이 좋았다. 전철이 다니지 않았을 때에는 매일같이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으며 노선도 분명치 않아 참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맞벌이를 했던 홍 국장 부부의 아들과 딸은 어머니가 돌봐 주고 휴일에는 아이들과 서점을 다니거나, 축구 등 온갖 놀이를 하면서 지냈다.


홍 국장은 몇 년 전에 한번 다른 곳으로 이사할 기회가 있어 어머니께 여쭈어 보니 그 시기에 복지관에서 영어, 일본어를 공부하는 친구들을 사귀면서 뒤늦게 ‘벗’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이사는 가지 않겠다고 하셨단다. 홍 국장 부부는 난감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다시 서울에 가서 살면 아파트 가격이 올라 경제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홍 국장 아들의 친구들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니 같은 반 친구들이 하나 둘 서울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 아이들의 상급학교 진학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것 만이 아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재(理財)에 밝은 사람은 다양한 포석으로 이사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무튼 홍 국장 부부는 2년 전에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고 집을 부동산 중개사무실에 내놓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집값이 막 요동치고 있었고 그야말로 제 값을 받을 수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또 하나,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까지의 ‘전세’라는 옵션이 홍 국장 부부에게는 최대의 관건이었다


집을 내놓고는 며칠 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집을 보러 온다고 해서 부랴부랴 집안 청소를 하고는 기다렸다. 부동산 업소 사람과 같이 온 구매 희망자는 이 방 저 방을 한번 휘 둘러보고는 집을 사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집을 팔면서 동시에 ‘2년 전세’라는 옵션에도 흔쾌히 동의를 해서 홍 국장 가족은 2년 동안 그 집에 살게 되었다. 홍 국장 어머니는 “집주인은 따로 있다”는 말씀을 하면서도 다소 아쉬움이 있는 듯했단다. 남들은 집을 팔기도 어렵다는데 홍 국장 부부는 참 쉽게 집을 팔았다. 그것도 새로운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살던 집에서 전세를 산다는 건 행운이었다. 무엇보다도 처음 계획한 대로 일정을 맞추어 갈 수 있어 좋았단다.


새 집주인은 이사하기 전에도 두어 번 만남을 가지면서 집수리 관련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홍 국장 부부는 이사 후 20년 살던 집을 어떻게 꾸미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조그마한 선물을 들고 인사를 갔었다. 이제는 남의 보금자리가 된 ‘20년 친구’ 같은 집을 다시 구경 간다는 것이 참 신기한 경험이었고 마음이 설레었단다.


새로운 사람들, 다른 계층, 고향이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고 홍 국장 부부가 쓰던 식탁 뒤 장식장과 안방의 붙박이장이 그대로 새 옷을 입고 그 자리에서 홍 국장 부부를 반기고 있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러한 느낌은 홍 국장 부인도 같았던 모양이다. 자기네들이 살던 집이 참 예쁜 사람들이 들어와 사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단다.


홍 국장은 새로운 지역, 새로운 아파트에 오니 예전에 있던 단지보다 4배는 커서 주차장이며 아파트 입구며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집에 들어올 때의 비밀번호 등이 익숙하지 않아 홍 국장 어머니는 가끔씩 실수도 한단다. 하기야 20년을 한결같은 동, 호수를 기억하고 비번을 누르셨던 터라 오죽하시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홍 국장이 서울로 차를 가져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무심코 차를 돌린 것이 ‘아뿔싸…’ 예전 집 방향이었단다.


홍 국장은 새로운 곳에서 낯 선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아직도 쉽지 않다. 보안시스템이나 주차장 시스템, 냉난방 시스템, 각종 커뮤니티 출입절차 등 여러 가지를 숙지하느라 애를 쓴다. 예전의 아파트가 뒤떨어졌던 것도 아니었는데 사람들의 편의성 추구 때문인지 몰라도 새로운 아파트는 모든 시스템 자체가 첨단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단다. 문득 홍 국장의 20년 ‘내 집’은 순전히 ‘과거’라는 생각에 씁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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