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中心
어젯밤, 거무스레한 몸에 은빛 가운을 입은 그가 친구와 같이 성당에 왔다
한 여름밤에 장맛비 멎은 이 지상에서 천상의 소리를 들으러 온 것인지
오디션이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심호흡 한 번 하더니 노래를 한다
적당한 조명 아래에서 악보도 없이 내리 네 마디 정도를 부른다
그의 친구는 다리를 이리저리 떨면서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를 외치는 듯하다
그는 한 소절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얼마나 절실했을까
모두들 그를 쳐다보고 있었고 신비로운 듯 서로를 바라보며 박수를 쳐댔다
지휘자는 음정이 참 정교하다 박자 개념도 있는 것 같다 음성으로는 테너파트가 좋을 듯하다는 칭찬을 했다
이어서 우리 성가대에는 하모니가 중요한데 혼자 노래를 많이 한 것 같아 서로 맞춰 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한다
하나 더, 악보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다음 시즌에 다시 오면 안 되겠냐며 은근 퇴짜를 놓은 듯하다
연습을 마친 남자 성가대원들은 서로 우리 파트에 오면 좋을 것 같다고
내년이라도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한껏 실없는 얘기들을 하면서 맥주잔을 부딪쳤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모두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목청껏 발성연습을 해대는 뭇 매미들의 염원에 여름밤이 찬란하다
문득 그들과 같이 우리도 이 시즌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