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中心
중고 서점에서 어렵사리 그 시인의 시집을 구했다
집에 돌아와 시집을 펼쳐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몇몇 쪽의 여백에 옛 주인의 메모가 있음을 알았다
기왕에 내 집으로 온 것이니 나를 따르라
하며 메모 내용은 보지도 않고 지우개로 깨끗이 지웠다
다른 게 또 있나 싶어 시집 전체를 차분하게 살펴보았다
더는 없었으나 ‘— 침묵한다’라는 그 시인의 글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차마 지울 수 없었다
옛 주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올 해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
오후
새떼들이 강 건너에서 줄지어 넘어온다
어스름이 이르다